‘하나님 아는 것’이야말로 성경읽기, 성경묵상의 근본이다.
이렇게 성경을 읽으려 할 때, 우리의 성경읽기를 방해하는 것은 아마도 자신의 상황과 형편일 것이다. 상황이 다급하다 보니, 우리는 차분하게 성경에 집중하지 못한다. 눈앞에 당장 결정해야 할 일이 있기에, 성경을 읽으면서 결정에 힌트가 될 단어나 표현에 온통 마음을 빼앗긴다. ‘가라’는 표현만 나와도 하나님이 지금 내가 생각하는 일을 하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가지 말라’는 표현이 나오면 현재의 계획을 내려놓으라는 의미로 생각하곤 한다. 그야말로 수천 년 전의 상황을 배경으로 한 성경이 21세기의 하루 일을 결정하게 만드는 암호로 가득 찬 책이 되는 셈이다……
성경은 자기 계발서가 아니다.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그날 하루 최선을 다하고 부지런히 살겠다는 결단과 적용을 하게 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수를 믿고 하나님을 섬기는 삶은 세상에서 허송세월하지 않고 기도하며 계획한 시간표에 따라 철저하게 살아가는 삶과 동의어가 아니다. 성경을 읽는다는 것이 그날 내가 지키고 따라야 할 지침을 그때마다 찾아내고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제까지의 적용은 지나치게 사적인 영역에만, 개인의 계발에만 치중해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개인적인 적용이 아니다. 온통 적용하고 적용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삶은 제자리다. 지금 우리의 문제는 복음의 내용이 무엇인가, 복음이 무엇인가 그 자체에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과제는 하나님의 계시인 이 성경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의 어떤 행동이나 적용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아는 것이 하나님을 기쁘게 한다. 그러므로 성경을 읽을 때는 자주 멈춰야 한다. 은혜 받으려고 밀어붙이지 말고, 순종하기 위한 원리만 찾지 말고, 걸리는 표현이 나올 때마다 멈춰야 한다. 그래서 그날 적용할 것이 없어도, 아무런 마음의 감동이 없어도, 생각이 복잡해지고 꼬여도, 읽은 본문이 무엇을 말하는지 우선 이해하고 궁리하고 사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앎이 최우선이다.
김근주, <나를 넘어서는 성경읽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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