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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부치는 노래/ 함석헌

세상이 거친 바다라도 그 위에 비치는 별이 떠 있느니라 까불리는 조각배 같은 내 마음아 너는 거기서도 눈 떠 바라보기를 잊지 마라 역사가 썩어진 흙탕이라도 그 밑에 기름진 맛이 들었느니라 뒹구는 한 떨기 꽃 같은 내 마음아 너는 거기서도 뿌리 박길 잊지 마라 인생이 가시밭이라도 그 속에 으늑한 구석이 있느니라 쫓겨가는 참새 같은 내 마음아 너는 거기서도 사랑의 보금자리 짓기를 잊지 마라. 삶이 봄 풀에 꿈이라도 그 끝에 맑은 구슬이 맺히느니라 지나가는 나비 같은 내 마음아 너는 거기서도 영원의 향기 마시기를 잊지 마라


- 함석헌, <마음에 부치는 노래>


선거를 앞두고 온갖 어지러운 소식들을 듣다 보니, 함석헌 선생의 이 시가 마음에 들어옵니다. ‘세상이 거친 바다’이고 역사는 ‘썩어진 흙탕’이라는 시구가 오늘의 암담한 시대를 아프게 그려냅니다. 이런 세상을 사는 우리의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 번 속절없이 흔들거리기 마련이지요. 그래서일까요? 시인은 그 여린 마음이 아주 가라앉지 않도록 계속 불러 깨웁니다. ‘까불리는 조각배 같은 내 마음아’ ‘뒹구는 한 떨기 꽃 같은 내 마음아’ ‘쫓겨가는 참새 같은 내 마음아’ ‘지나가는 나비 같은 내 마음아’


거친 바다라도 그 위에 비치는 별이 떠 있고, 역사가 썩어진 흙탕이라도 그 밑에는 기름진 맛이 있음을 잊지 말라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인생이 가시밭이라도 그 속에 으늑한 구석이 있기 마련이며, 삶이 봄 풀에 꿈이라도 그 끝에 맑은 구슬이 맺힌다고 희망을 노래합니다. 막연하고 근거 없는 희망고문이 아니라, 불의한 세상에 순응하거나 포기하지 말자며 건네는 위로이자 다짐입니다.


이번 한 주간 들려올 뉴스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멀미가 납니다. ‘내 마음아’ 하며 무릇 지킬 만한 것 중에서 더욱 마음을 지켜야 할 때입니다. 썩은 내 나는 세상에서도 영원의 향기를 마시며 사는 사람들, 곧 그리스도인입니다.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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