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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강 / 황인숙

최종 수정일: 1월 8일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 황인숙, <강>


상대를 잘못 골랐네요. 내가 얼마나 외롭고 괴로운지 말하고 싶은데 말하지 말랍니다. ‘침도 피도' 튀기지 말랍니다. 그 입, 꾹 다물어야 합니다. 외로움은 사람들 만나 침 튀기며 떠든다고 사라지지 않아요. 웃고 웃기며 한바탕 떠들고 난 뒤 문득 휘몰아치는 외로움, 어디 한두 번 겪나요? 그러니 강으로 가서 홀로 서세요. 나랑은 눈도 마주치지 말고 강에 가서 직접 말하란 말입니다.


외로움(loneliness)은 그 안에 담긴 쓸쓸함과 고통의 정서 때문에 고독(solitude)과 구분되지요. 신학자 폴 틸리히에게 외로움은 ‘혼자 있는 고통'이고, 고독은 ‘홀로 있는 즐거움'이었습니다. 외로움은 모든 것들로부터 버려지고 단절된 것으로부터 오는 고통이지만, 고독은 홀로 자신을 대면함으로 비로소 내가 되는 즐거움입니다. 시인 황동규는 고독이라는 말 대신 ‘홀로움'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지요. ‘홀로움’은 ‘환해진 외로움’이라고.


예수님은 늘 군중들로부터 자신을 떼어 내어 하나님 앞에 홀로 세우셨습니다. 시인의 표현으로 말하자면, ‘직접 강에 가서’ 말하셨습니다. 그때마다 그분의 미칠 것 같은 외로움이 환해지셨겠지요. 자, 이제 그대가 갈 차례입니다. 그 홀로움이 머무는 강가로. 약속 하나 하실까요?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고.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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