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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곡선의 힘/ 서안나



남한산성을 내려오다 

곡선으로 휘어진 길을 만난다


차가 커브를 도는 동안 

세상이 한쪽으로 허물어지고

풍경도 중심을 놓아버린다

나는 나에게서 한참 멀어져 있다


나는 곡선과 격렬하게 싸운다

나를 붙잡으려

내가 쏟아진다


커브길을 돌아 

나에게 되돌아오는 

몇 초 동안 


나의 슬픈 배후까지 

슬쩍 열어젖히는

부드러운 

곡선의 힘  


  • 서안나, <곡선의 힘>


곡선으로 휘어진 산길 운전. 차가 커브를 도는 동안 세상이 허물어지고 풍경은 푸른 중심을 놓아버립니다. 그 순간 나는 브레이크를 적절히 잡아가며 무게 중심을 잃어가며 곡선과 싸웁니다. ‘나를 붙잡으려 내가 쏟아’지는 순간입니다. 곡선의 긴장이 없다면, 곡선과의 싸움이 없다면, 직선과 직진만 있다면, 차는 그대로 달려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말겠지요. 


신학교 입학 후 20년 만에 목사 안수를 받았습니다. 뉴저지에서 담임목회를 시작하고 나서도 몇 년 간 여전히 전도사였습니다. 그 때 다들 제게 하는 말이 ‘너무 늦다’였습니다. 학위 과정도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끝날 기미가 안 보이니 곁에서들 더 걱정스러워 하더군요. 돌이켜 보면 곡선과 싸우는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나에게서 이탈되는 듯한 기분, 나를 붙잡으려 내가 쏟아지는 순간들을 수없이 겪으며 이리저리 흔들리던 시간들.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 생에 찾아올 때 누구나 긴장하고 불안합니다. 하지만 곡선이 없는 산이 아름다울 수 없듯이, 곡선이 없는 삶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 가나안 땅에 들어간 이스라엘 백성들이 교만해질 때마다 기억해야 했던 건, 하나님께서 그들을 통해 40년간 그려 놓으신 광야 위의 곡선들이었을 것입니다. 지금 삶의 커브길을 돌고 있는 분들이 계시겠지요. 다 내려가서 ‘그 곡선이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하게 되도록, 미리 한번 느껴보시지요. 부드러운 곡선의 힘.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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