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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구월이 오면/ 안도현

2025년 9월 12일
1분 분량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을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 안도현, <구월이 오면>


구월에 이보다 맞는 시가 있을까 싶지만, 구월에만 읽어야 할 시는 아니겠지요. 서로 토닥이며 출렁출렁 명랑하게 흐르는 저 강물처럼, 젖은 손 닿는 곳마다 숨결을 나눠주는 물결처럼, 내딛는 걸음마다 하늘의 기운을 전하셨던 그분처럼, 우리 교회가 잘 익은 구월(구원)의 강물같은 공동체가 되길 기도합니다.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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