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티슈 한 통 다 말아내도록
속수무책 가라앉는 몸을 번갈아 눌러대던 인턴들도 마침내 손들고
산소 호흡기를 떼어내려는 순간,
스무 살 막내 동생이 제 누나 손 잡고
속삭였다.
“누나, 사랑해!”
사랑해라는 말,
메아리쳐 어디에 닿았던 것일까
식은 몸이 움찔,
믿기지 않아 한 번 더 속삭이니 계기판의 파란 눈금이 불쑥 솟구친다.
죽었는데,
시트를 끌어당겨 덮으려는데,
파란 눈금이 새파랗게 다시 치솟는 것이다.
- 장옥관, <귀>
동생의 그 사랑한다는 말이,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던 누나의 손을 잡았던 걸까요. 사람의 청각은 죽기 직전까지도 열려 있어서 다 듣는다는 말이 있지요. 그래서 중환자 앞에서, 특히 이제 소망 없다고 판정이 내려진 환자 앞에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다시 눈금이 치솟든 아니든, 사랑하는 이의 귀에 들려줄 마지막 인사로 이보다 적합한 말이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사랑해!”
어떤 작가는 이 시를 읽고 문득 깨달았답니다. 그 때 할 말을 지금 그 사람 귀 가까이 대고 해주자고요. 그래서 지금 그는 그러고 있노라고… 정말, 왜 우리는 그 때 할 말을 미리 하지 못하고 살았을까요? 달력을 한 장 남겨 둔 대림절 첫 주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을 때, 해야 할 일이 선명해집니다. 더 사랑하는 것. 기다리는 동안 해야 할 일은 더 사랑하는 것.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살려내는 그 말을 지금 하는 것. 그래서 여러분에게 수줍게 건네는 한 마디.
“사랑합니다.”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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