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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꽃자리 / 구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 구상, <꽃자리>


시인 구상 선생(1919-2004)께서는 이 시를 1950년대에 착상했다고 합니다. 쇠사슬에 묶인 채 갇혀 있는 감옥의 차가운 바닥도,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그 자리도, 다름아닌 ‘꽃자리'라고 시인은 노래합니다. 전쟁의 상흔이 가득하고, 그 자신도 감옥에 투옥되기도 하던 시절에 이런 시를 쓸 수 있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흔히 자신의 삶의 자리를 불평하며 더 나은 다른 자리를 꿈꾸며 삽니다. 남의 자리가 더 좋아 보입니다. 엉덩이 붙이고 마음 편하게 앉아 있지를 못합니다. 늘 들썩들썩입니다. 돈방석에 앉기를 희망하는 한, 평생 가시방석입니다. 그렇게 스스로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자신이 만든 쇠사슬과 동아줄에 묶여 사는 인생입니다.


우리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모든 자리가 꽃자리라는 사실에 눈을 뜰 때, 비로소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봅니다. 야곱은 돌베개 베고 잔 그 길바닥이 ‘하늘의 문'임을 깨닫고 그 곳을 예배의 자리로 만듭니다. 눈을 들어 보니, 돌베개가 실은 꽃베개였습니다. 베어 버리려고 하면 풀 아닌 게 없고, 품으려고 하면 꽃 아닌 게 없다고 하던가요?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그 자리가 꽃자리임을 알 때, 삶의 모든 자리가 성소가 될 것입니다.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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