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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나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 박노해

최종 수정일: 2023년 1월 17일



그토록 애써온 일들이 잘 안 될 때

이렇게 의로운 일이 잘 안 될 때

나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뜻인가"

길게 보면 다 하늘이 하시는 일인데

이 일이 아니라 다른 일을 시키시려는 건 아닌가

하늘 일을 마치 내 것인 양 나서서

내 뜻과 욕심이 참뜻을 가려서인가


"능(能)인가"

결국은 실력만큼 준비만큼 이루어지는 것인데

현실 변화를 바로 보지 못하고 나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해

처음부터 지는 싸움을 시작한 건 아닌가

처절한 공부와 정진이 아직 모자란 건 아닌가


"때인가"

흙 속의 씨알도 싹이 트고 익어가고 지는 때가 있듯이

모든 것은 인연따라 이루어지는 것인데

세상 흐름에 내 옳음을 맞추어 내지 못한 건 아닌가

내가 너무 일러 더 치열하게 기다려야 할 때는 아닌가


쓰라린 패배 속에서 눈물 속에서

나는 나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 박노해, <나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미국으로 유학온 지 2년 째 되었을 때, 원래 하려던 공부를 접고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던 미국종교사로 전공을 바꾸었습니다. 결정을 내리기 전 스스로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재미있는가" “의미가 있는가" “잘 할 수 있는가” 재미와 의미는 확실한데, 잘 할 수 있는지 확신이 없어 실험을 해 보았죠. 실험 과정이 힘들긴 했어도 결과가 나름 만족할 만 하여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진로를 고민하는 제 아이들에게도 이 질문 세 가지를 자신에게 던져보라고 조언합니다.


이렇게 신중하게 선택하고 결정한 일이라도 마음대로 되지는 않더군요. 누구보다 열심히 했는데 안 되고, 분명 옳은 길이라 믿었는데 실패를 경험해야 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살아왔다는 자부심, 내 길이 옳으며 의롭다고 믿는 확신, 이 두 가지에 갇힌 사람은 더 이상 질문하지 않습니다. ‘분명 맞는데 왜 안 되지?’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시인은 쓰라린 패배와 눈물 속에서 다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뜻인가" “능인가" “때인가"


포기하려고 그럴 듯한 이유를 찾는 게 아닙니다. 뜻이고, 능이고, 때라고 답이 나오면, 다시 일어나 그 길을 가야겠지요. 그래도 물어야 합니다. 묻지 않고 가는 ‘의로운' 길보다 위험한 길은 없습니다. 꼭 이 세 가지 질문일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목회하며 다음 세 가지 질문 앞에 자주 섭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묵상) “사람아 네가 어디 있느냐”(일상)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냐”(세상)


여러분의 질문은 무엇입니까?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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