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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heavenlyseed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이해인

 


"하늘에도

연못이 있네"

소리치다

깨어난 아침

 

창문을 열고

다시 올려다 본 하늘

꿈에 본 하늘이

하도 반가워


나는 그만 

그 하늘에 푹 빠지고 말았네 


내 몸에 내 혼에

푸른 물이 깊이 들어

이제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 이해인,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옷을 입는다는 행위는 우리 삶에 빼놓을 수 없는 일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는 옷을 입습니다. 아기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태어나지만, 세상의 첫 울음으로 신고를 하는 순간 보자기든 담요든 감싸서 입힙니다. 그날부터 우리는 평생 옷을 입습니다. 일할 때, 운동할 때, 잠을 잘 때, 심지어 죽은 몸에도 우리는 옷을 입힙니다.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벗은 줄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로 삼았더라"(창3:7). 인류 최초의 옷은 수치를 가리기 위해 임시로 만든 무화과나무 잎이었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을 위해 가죽옷을 지어 입히시지요. 요셉이 입었다던 ‘채색옷’은 알록달록 색동 저고리가 아니라, 특별한 계층이나 왕족들이 입는 옷(손바닥까지 덮는 긴 옷)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요셉이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성경은 그의 신분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탕자가 돌아왔을 때 아버지가 옷을 갈아입히는 장면도 종이 아니라 아들의 신분으로 받아들이는 선언이었습니다. 


어떤 옷을 입느냐가 그가 누구인지를 보여줍니다. 의사는 의사 가운을 입고, 판사는 법복을 입고, 군인은 군복을 입고, 목사와 신부는 성직자 예복을 입습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은 어떤 옷을 입을까요? “누구든지 그리스도와 합하기 위하여 세례를 받은 자는 그리스도로 옷 입었느니라"(갈3:27).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오늘의 시가 가슴에 하늘 물을 들이며 번져옵니다. 하늘에 빠져버린 ‘나’는 이제 몸과 혼에 푸른 물이 깊이 들어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습니다. 아, 그렇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옛 사람을 벗고 세례를 받던 그 날, 그 물에 너무 깊이 물들어 버렸는 걸요. 그 사랑에 빠져 버렸는 걸요. 다른 옷은 이제, 필요없습니다.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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