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독은 아름답다/ 함민복


은행나무 열매에서 구린내가 난다

주의해주세요 구린내가 향기롭다


밤톨이 여물면서 밤송이가 따가워진다

날카롭게 찌르는 가시가 너그럽다


복어알을 먹으면 죽는다

복어의 독이 복어의 사랑이다


자식을 낳고 술을 끊은 친구가 있다

친구의 독한 마음이 아름답다


  • 함민복, <독은 아름답다>

교회 주차장에서 차 문을 열자마자 익숙하고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스컹크가 다녀간 모양입니다. 방귀대장으로 알려진 스컹크는 사실 방귀를 뀌는 게 아니랍니다. 냄새가 고약한 액체를 분사할 뿐이라고. 그 액체가 눈에 직접 닿으면 실명할 수도 있다고 하니 독하긴 독한가 봅니다. 물론 그걸 아무 때나 뿌리진 않습니다. 어떤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지요. 애잔하지 않나요? 그 지독한 냄새가 다 살려는 몸부림이라니. 


구린내가 향기롭다. 가시가 너그럽다. 역설이죠. 자신의 열매를 지키기 위해 은행나무는 구린내를, 밤나무는 가시를 뿜어냅니다. 겁이 나서 복어를 먹어 본 적이 없네요. 자기 알을 지키려고 독을 품은 복어의 지독한 사랑에 저는 겁을 냅니다. 친구가 자식 낳고 그토록 좋아하던 술을 끊은 걸 보고 시인은 비로소 깨닫습니다. 독은 아름답다. 


우리가 냄새난다며 거리끼는 존재들, 접근에 ‘주의'가 필요해 보이는 이들, 다가갔다가 가시에 찔려 멀리하게 되는 사람들… 어쩌면 살려고 혹은 살리려고 그런 건 아닐까요? 독해질 수 밖에 없었던 그들에게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건 아닐까요? 향수보다는 악취 나는 이들 곁에 늘 머무셨던 예수님을 기억합니다. 독기 품은 그들을 품어 안았던 건, 우리를 살리려 아들을 십자가에 내어주셨던 하나님의 그 지독한 사랑이었습니다. 독은 아름답습니다.


(손태환 목사)

조회수 74회댓글 0개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Comments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