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애를 써 봐도
혼자서는
끝내 닿을 수 없는 곳
슬픔은 쉬이 깃들지만
마주 대면
아랫목처럼 따뜻해지는 곳
다가올 땐 잘 모르다가도
멀어질 땐
파도처럼 들썩이는 곳
늘 어둑어둑해지기 쉬워서
오 촉 등(燈) 하나쯤
걸어 두어야 할
내 몸의 가장 깊고 어두운 곳
- 류지남, <등>
등
가려운데 아무리 애써도
내 손으로 가 닿기 어려운 곳.
그래서 ‘내 몸의 가장 깊고 어두운 곳’
내 몸에 붙어 있으나 내 손길이 거의 머물지 않는 곳.
이름은 ‘등’인데
너무 어두워 ‘등’이 필요한 곳.
하여, 다른 누군가의 손길로 긁어주고 토닥토닥 줄 때
비로소 시원해지고 따뜻해지는 곳.
눈물 삼키며 '파도처럼 들썩'일 때
누군가 쓰담쓰담 해 주면 그제서야 가라앉는 곳.
등을 긁다가 드리는 간곡한 기도.
교회가 세상의 ‘등’을 밝히는 ‘등’이 되게 하소서.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마5:15)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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