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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딱 반걸음씩 / 유미희




바닷물은

아무리 마음 급해도

뛰어가지 않는다.


한걸음 앞으로 내딛을 때마다

뒤로 반걸음씩 물러나

생각하다

다시 앞으로 간다.


한 걸음

한 걸음

앞만 보고 가서


갯바위 따개비 잘 크는지 들여다보고

종수네 고깃배 수평선까지 밀어다 준다.


  • 유미희, <딱 반걸음씩>


참 바쁘게 살았습니다. 유진 피터슨 목사님은 목사가 바쁜 건 죄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 책을 끄덕이며 읽던 날도 바빴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도시락까지 싸 가지고 와서 교회에서 하루 종일 있다가 밤이나 새벽에 들어가는 일을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몸이 상하고 마음도 망가지고 가족들도 돌보지 못하는데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겼습니다. 


파도에게 배울 일이었습니다. 파도는 아무리 급해도 뛰어가지 않습니다.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지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뒤로 반걸음 물러갑니다. 뒤에 머물러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앞으로 갑니다. “갯바위 따개비 잘 크는지 들여다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며 “종수네 고깃배 수평선까지 밀어다” 줍니다. 뒤로 물러났던 그 반걸음 덕분에 더 힘차게 밀어다 줍니다. 


뒤로 물러나 생각하는 “딱 그 반걸음”이 없어서 못 보고 지나치는 건 얼마나 많을까요? 심지어 내 자식 “잘 크는지 들여다”보는 일도 못하고,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과 시선을 맞추는 일도 놓치고 사는 건 아닐까요?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닙니다. 더 성공하기 위해 잠시 물러나라는 조언 아닙니다. “딱 반걸음씩" 뒤로 물러나 잠시 곁을 돌아보자는 말입니다. 그래야 갯바위 따개비도 보고, 종수네 고깃배를 수평선까지 밀어줄 힘이 생기니까요. 그러고 보니, 환호하는 군중을 떠나 홀로 기도하셨던 예수님이야말로 큰 파도와 같은 분이셨습니다. 


부끄럽지만 요즘도 바쁩니다. 그래도 저녁은 집에서 먹으려 애씁니다. 매일은 못해도 가끔은 뒤로 반걸음 물러나기도 합니다. 뒤로 반 걸음, 앞으로 한 걸음. 발맞춰 보겠습니다. 교우들의 믿음이 잘 크고 있는지, 내가 힘내어 밀어줄 이웃은 누구인지 들여다보면서.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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