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사람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오늘은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안 싸 온 아이가 누구인가를 살펴서
함께 나누어 먹으라고
- 마종하, <딸을 위한 시>
성경을 공부하거나 묵상할 때 가장 기본은 본문을 잘 관찰하는 일입니다. 반복되는 단어가 있는지, 본문의 이야기가 발생하는 때와 장소는 어디인지, 등장 인물의 반응은 어떠한지 잘 살펴야 합니다. 관찰을 잘 하면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내 시선 밖에 있었던 인물이 눈에 들어오고, 시큰둥하게 지나친 풍경이 그려지고, 문장과 문장 사이 그 여백에 담긴 언어가 보입니다.
성경을 보는 눈과 세상을 보는 눈은 다르지 않습니다. 겨울 창가의 양파가 어떻게 뿌리를 내리는지 가만히 들여다 보는 사람에겐 ‘시냇가에 심은 나무'를 노래한 시편이 예사로 보이지 않을 겁니다. “사람이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 관심을 가지고 사는 사람에게는 성경 속 인생들의 희노애락이 진하게 다가오겠지요. 성경에서 주변부 인물에 시선이 머무는 사람이라면 “도시락 안 싸온 아이가 누구”인지 그냥 지나칠 리 없겠고요.
시인 예수께서 이제 9살이 된 우리 교회에게 말씀하십니다. 젊은 교회도, 부흥하는 교회도 다 말고, 관찰을 잘하는 교회가 되라고. 주변에 누가 아픈지, 누가 배가 고픈지, 누가 상처 입었는지, 누가 억울한지, 누가 울부짖고 있는지 잘 살피는 교회가 되라고. 세상에 없는 사람 취급 받는 사람들이 '없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고 보여주는 교회가 되라고. 그래서 하나님이 없지 않고 여기 이곳에 계심을 보여주는 그런 교회가 되어 달라고.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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