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오르막이거나 내리막이다
단 한 뼘의 길도 결코 평평하지 않다는 것
늦게 배운 자전거가 가르쳐준다
춘천에서 속초를 향해 가는 길
느랏재 가락재 말고개 건니고개
오르막이면서 곧 내리막인 그 길
미시령을 넘어서니 바다다
바다, 그 또한 끝없는
오르내림의 반복
그러면서 배운다
봄이 오기까지는
모든 관계가 불편하다는 것
- 권혁소, <모든 길>
시카고 길은 왜 이리 다 평평할까, 싶었는데 시인이 그러네요. “단 한 뼘의 길도 결코 평평하지 않다”고. 매끈하게 평탄해 보이는 길에도 굴곡이 있다는 것. 우리의 인생길이라고 다를까요? 세상 어디에도 오르막만 있거나 내리막만 있는 길은 없지요. 멀리서 보면 그저 잔잔한 바다도 실은 “끝없는 오르내림의 반복”이라니, 모든 관계에 오르내림이 있는 건 말해야 뭐하겠어요. 적어도 봄이 오기 전까지는요.
‘어느 길이 더 쉬울까’ 의미 없는 질문입니다. 모든 길은 오르내림이 있으니까요. 어디를 향한 길이냐, 누구와 함께 걷는 길이냐, 그걸 물어야겠습니다.
오늘도 길 위의 기도를 올립니다.
부르심의 푯대를 향한 길,
예수와 함께 걷는 길이기를.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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