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크고 무거운 슬픔이라도
우리는 견뎌 내게 되어 있다.
(......)
그때 어린 소년이 내게 길을 가르쳐 준다
아주 열심히. 한 여자가 유리문을 잡고
끈기 있게 기다리고 있다, 내 헐거운 몸이 지나갈 수 있도록.
모르는 사람일 텐데도, 내 주변에서
하루 종일 이런 친절이 계속된다.
(......)
심지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나 자신을 말리고, 가려는 곳에 못 가게 하려고 작정한 듯하다.
한때는 저들도 겪은 적이 있었던 것이리라
벼랑 끝에서 발을 떼고 싶은
세상 밖으로 몸을 내던지고 싶은 이 유혹.
- 도리언 로 (Dorianne Laux), <모르는 사람을 위하여 For the sake of Strangers>
미국의 시인 도리언 로는 고등학교 졸업 후 미혼모로서 힘겹게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서른이 다 되어 보조금과 장학금을 받아 대학 공부를 시작해서 지금은 시인이자 교수가 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자신의 힘겨웠던 시절을 소재로 삼은 듯 합니다. 삶의 벼랑 끝에 서서 한 발자국 내던지고 싶은 유혹이 찾아오던 그 때,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그 작은 친절 덕분에 살 힘을 얻었던 것이지요.
누군가를 향한 작은 친절이 이토록 힘이 센 일이라면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느 시인은 훗날 하나님이 세상에서 한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시면 마지못해 울먹이며 “길가의 돌 하나 주워/ 신작로 끝에 옮겨놓은 것 밖에" 없다고 답하겠다 말했지요(정종수, <길가의 돌>). 사람을 살리는데 뭐 대단한 능력이 필요한 것 아닙니다. 모르는 누군가가 행여나 다칠까 돌 하나 옮겨 놓는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필립 얀시는 그의 책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에서 웃음기 없고 완고한 교인들 이야기를 하며 영국의 어느 소녀가 드렸다는 기도를 소개합니다. “오 하나님, 나쁜 사람들은 착해지게 해주시고 착한 사람들은 친절해지게 해주세요.”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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