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성도에게 - 무지개 / 이홍섭


서산 너머에서 밤새 운 자 누구인가

아침 일찍 무지개가 떴네


슬픔이 저리도 둥글 수 있다면

내 낡은 옷가지 서넛 걸어놓고

산너머 당신을 만나러 갈 수 있겠다


아픔이 저리도 봉긋할 수 있다면

분홍빛 당신의 가슴에

내 지친 머리를 파묻을 수 있겠다


서산에 뜬 무지개는

당신의 눈물처럼 참 맑기도 하지


- 이홍섭, <무지개>


언젠가 설교 중에 소개해 드린 시인데 생각나시나요? 이 시를 읽으면 늘 김소운 시인의 동시 <싸락눈>이 떠오릅니다. “하느님께서/ 진지를 잡수시다가/ 손이 시린지/ 덜/ 덜/ 덜/ 덜/ 자꾸만 밥알을 흘리십니다.” 설마 이 동시를 읽고 신이 어떻게 손이 시리냐고 따지는 이는 없겠지요? 하긴, 노아가 본 무지개가 세상에 등장한 첫 무지개임을 ‘증명’하려는 이들, 무지개가 구름 뒤에 있다는 게 말이 되냐고 따지는 이들도 있으니 또 모르겠네요.


밤새 운 누군가의 눈물 때문에 서산 너머 무지개가 생겼답니다. 그래서 슬픔은 저리 둥글고 아픔은 저리 봉긋하다고요. 싸락눈이 하나님께서 흘린 밥알이었다면, 노아가 만난 홍수는 그분이 쏟은 눈물이었겠다 싶어요. 부패한 세상을 보시며 너무 아파 세상이 다 잠기도록 40일 밤낮을 펑펑 쏟으신 그 분의 눈물. 무지개는 그래서 그 눈물 닮아 둥글고 봉긋하잖아요. 내 낡은 옷가지 서넛 걸만큼, 내 지친 머리 파묻고 쉴만큼.


지난 월요일 우리 곁에서 들려온 총격 소리. 과연 희망은 있는가 싶다가 시를 읽고 깨닫습니다. 무지개는 누군가 밤새 흘린 눈물 때문에 생겼다는 것을. 하여, 맑고 둥근 무지개 피어나도록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우는 자와 함께 밤새 우는 자는 복이 있나니.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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