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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민간인/ 김종삼

최종 수정일: 2023년 6월 27일



1947년 봄

심야(深夜)

황해도 해주(海州)의 바다

이남(以南)과 이북(以北)의 경계선 용당포(浦)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孀兒)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水深)을 모른다.


- 김종삼, <민간인(民間人)>


분단의 비극을 이토록 숨막히게 표현한 시가 또 있을까요. 절제된 언어를 따라 ‘조심조심 노를 저어가'듯 읽다 보면, 침묵의 공포에 간신히 숨을 쉬다 그마저 턱 하고 막혀 버립니다.


전운이 감돌던 1947년 봄의 어느 캄캄한 밤, 이북에서 이남으로 경계를 넘어가는 ‘민간인’들의 조각배. 어디선가 겨누고 있을 수많은 총구를 느끼며 긴장이 최고조에 이를 무렵, 어둠과 고요를 찢는 한 갓난아이의 울음소리. 끝내 밤바다에 아이를 내어 준 그 순간, 온 우주가 입을 틀어 막고 숨을 멈추었을 겁니다. 그렇게 살아남은 그들의 스무 몇 해를 헤아릴 길이 없습니다. 이제 칠십 몇 해가 지났지만 우리는 ‘그 수심(水深)을’ 알 길이 없습니다.


남북의 경계에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아직 맺혀 있습니다. 분단의 현실이 계속되는 한, 멈추지 않을 울음입니다. 하여, 기도합니다. 나일 강에 던져진 아기들의 울음을 들으신 자비의 하나님, 노예들의 통곡을 들으신 해방의 하나님, 둘을 하나 되게 하시는 평화의 하나님, 원수 된 것을 소멸하시는 화목의 하나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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