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성도에게 - 바람의 말 / 마종기

최종 수정일: 3일 전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리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 마종기, <바람의 말>


나를 잊지 말아달라는, 당신을 잊지 않겠다는 심정을 ‘바람의 말'에 담아 건네는 시입니다. 깊은 상실감에 아파하던 시인은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행여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말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서로 알던 그 마음의 자리에 꽃 나무 하나 심고, 언젠가 그 나무에 꽃이 피울 즈음이면 이 괴로움도 꽃잎처럼 날아가겠지요. 누군가 그런 그리움 따위 ‘아득하고 헛된 일'이라 말하지만, 어디 세상 일이 자로 재며 살 수 있던가요. 그래서 시인은 ‘착한 당신’께 또 부탁합니다.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잊지 말아달라고.


사랑하는 김숙현 권사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 주님 품에 안기셨습니다.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남편 김대균 장로님도 만나셨겠지요? 이제 우리는 꽃 나무 하나 심어야 할 때인가 봅니다.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함께 예배드리던 그 의자에, 권사님을 기억하며 기도하던 그 마음 속에… 기쁨의 교회 착한 성도 여러분, 우리도 잊지 말기로 해요. 먼저 간 이들이 천국에서 전해오는 그 바람의 말을. ‘곧 다시 만나요' 웃으며 전하는 그 따뜻한 말을.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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