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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버스에서 / 함민복

임산부와 함께 앉게 되었네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아이와 동행하게 되었네


아이와의 인연으로

내 인생이 길어지자

나는 무상으로 어려지네


버스가 조금만 덜컹거려도 미안한 마음 일고

따갑게 창문 통과하는 햇살 밉다가

길가에 핀 환한 코스모스 고마워지네


아이가 나보다 선한 나를

내 맘에 낳아주네

나는 염치도 없어 순산이라네


- 함민복, <버스에서>


읽고 있으면 풍경이 그려지고 빙그레 웃음이 나는 시가 좋아요. 이 시가 그래요. 시인은 마음이 선한 사람이 틀림없어요. 오죽하면 <성선설>이란 시까지 썼을까요.


어쩌다 임산부에 함께 앉은 버스에서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아이’와의 ‘동행'이 시작됐네요. 공짜로 어려진 덕분에 시인의 인생이 길어졌어요. 고마운 마음에 시인은 동행하는 아이의 여행이 안전하고 즐겁기를 빌어요. 버스가 덜컹거리면 미안하고, 너무 따가운 햇살은 밉고, 손 흔들어 주는 코스모스는 고마워요. 아이 덕분에 ‘나보다 선한 나'를 순산하였네요.


함께 있다 보면 곁에 있는 사람까지 착하게 만드는 이가 있지요. 주변 모두의 마음에 ‘나보다 못된 나'를 낳는 이도 있고요. 나와 동행했던 이들은 어떤 ‘나'를 낳았을까요. 교회가 선한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는 요람이 되길 두 손 모아 빕니다. 그나저나, 아이와 동행하면 인생이 길어진다니, 우리 교회 아이들 곁에 찰싹 붙어 있어야겠네요.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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