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빛멍 / 이해미




돌이켜보아도 무례한 빛이었다. 최선을 다해 빛에 얻어맞고 비틀거리며 돌아오는 길이었다. 응고되지 않는 말들, 왜 찬란한 자리마다 구석들이 생겨나는가. 너무 깊은 고백은 테두리가 불안한 웅덩이를 남기고. 넘치는 빛들이 누르고 가는 진한 발자국들을 따라. 황홀하게 굴절하는 눈길의 영토를 따라. 지나치게 아름다운 일들을 공들여 겪으니 홀로 돋은 흑점의 시간이 길구나. 환한 것에도 상처 입는다. 빛날수록 깊숙이 찔릴 수 있다. 작은 반짝임에도 멍들어 무수한 윤곽과 반점을 얻을 때, 무심코 들이닥친 휘황한 자리였다. 눈을 감아도 푸르게 떠오르는 잔영 속이었다.


  • 이해미, <빛멍>


빛 공해 (Light Pollution)라고 하지요? 자연적인 빛 보다는 주로 전기 빛에 과도하게 노출됨으로 일어나는 문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밤에도 계속 켜져 있는 불빛 때문에 식물이 제대로 자라지 않고, 밤에 잠을 자야 하는 곤충들이 죽어가며 생태계가 계속 파괴됩니다. 잠들기 전에도 휴대폰 빛에 계속 노출되면 멜라토닌 형성이 안 되고, 그로 인해 불면증은 물론 여러 질병을 초래하기도 한답니다. 


하나님이 빛을 창조하시고 ‘좋다’고 하셨는데, 모든 빛이 다 좋은 건 아닌가 봅니다. 'Daylight'를 'Saving'까지 해가며 세상을 밝히는 일이 세상을 망가뜨립니다. 살리는 빛이 아니라 죽이는 빛입니다. 보시기에 좋지 않은 빛입니다. “돌이켜보아도 무례한 빛”이고, 누군가를 때리며 상처입히는 빛입니다. 이쯤 되니 문득 불안해집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하셨는데, 우리는 세상에 ‘무례한 빛’은 아닌지. 


“진실이라고 해서 모두 받아들일 만한 것이 아니오. 진실에는 난방 장치가 없어서 진실 속에서 사람들이 얼어 죽는 경우가 종종 있다오.” 로맹 가리(Romain Gary)의 소설 <여자의 빛>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너무 차가운 진실이 사람을 얼려 죽일 수도 있듯이, 매정한 빛 속에서 사람들의 가슴에 멍이 들기도 합니다. ‘옳은 말을 기분 나쁘게 하는 재주’ 덕분에 자녀의 마음에, 누군가의 가슴에 생채기가 납니다. 


교회는 세상의 빛입니다. 그런데 누군가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빛이 아니라, 가슴에 든 멍을 풀어주고 보듬는 빛이면 좋겠습니다. “빛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창1:4). 


(손태환 목사)



Comments


시카고기쁨의​교회

1-224-616-2772

info@cjcchurch.org

2328 Central Rd.

Glenview, IL 60025

  • kakao_channel
  • White Instagram Icon
  • White YouTube Icon
  • White Facebook Icon

©2020 by Chicago Joyful Community Church. 

Thanks for connectin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