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성도에게 - 사랑 / 박소유


전화할 때마다 교회 간다고 해서

연애나 하지, 낄낄거리며 농담을 주고받다가

목소리에 묻어나는 생기를 느끼며

아, 사랑하고 있구나 짐작만 했다

전어를 떼로 먹어도 우리 더 이상 반짝이지 않고

단풍잎 아무리 떨어져도 얼굴 붉어지지 않는데

그 먼 곳에 있는 너를 어떻게 알고 찾아갔으니

사랑은 참, 눈도 밝다


- 박소유, <사랑>


마흔에 혼자 되어 목동에 사는 친구를 찾아갔으니 사랑은 참, 눈도 밝지요. 전어를 떼로 먹어도 반짝이지 않고 단풍잎 떨어져도 얼굴 붉어지지 않는 사십 대 중년을 생기 발랄하게 했으니 사랑은 참, 힘도 세지요. ‘교회 간다’는 내 목소리에 누군가 ‘아, 사랑하고 있구나’ 짐작할 생기가 묻어나려나요?


지난 주일 훌쩍 큰 아이들 노는 모습 보니 너무 좋은 거예요. 텅 빈 예배당에 이제 교우들이 오신다니 한 주 내내 두근두근 한 거예요. 그러다 알았지요. 아, 사랑하고 있구나! 푸셥 서른 개를 두 번 해도 근육이 예전만 못 하고 이젠 그네만 타도 어지러운데, 저 멀리 뉴저지 있던 나를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사랑은 참, 눈도 밝지요.


난 아직이라고요? 걱정 마세요. 기어이 찾아내시는 눈 밝은 그분의 사랑이 곧 찾아갈 테니. “내가 새벽 날개를 치며 바다 끝에 가서 거주할지라도”(시139:9).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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