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성도에게 - 상처에 대하여 / 복효근


오래 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여 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괸다

오래 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 복효근, <상처에 대하여>


상처에서 꽃향기를 맡는 시인이 부럽습니다. 젊은 날 겪은 수많은 속앓이를 “잘 익은 상처”로 꽃피워낸 누이에게서 배운 깨달음이겠지요.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했던가요? 그런데 아프다고 다 성숙하지는 않더군요. 상처가 많은 사람의 눈매에서 누군가를 찌를 듯한 칼 모양을 보기도 하니까요. ‘상처 받았다’는 말로 남에게 다시 상처 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요. 상처 받은 사람은 많은데 상처 주었다는 사람은 찾기 어렵습니다. 내 상처에서 꽃 향기가 아니라 추한 냄새가 날까 두렵기도 합니다.


그러니 잘 익어가야겠습니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내 깊은 상처에 꽃향기가 고일 만큼 잘 익혀야겠습니다. 못 박힌 손과 온몸의 상처로 온 세상을 가득 채운 예수의 향기처럼 말입니다.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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