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성도에게 - 새싹 하나가 나기까지는 / 경종호

최종 수정일: 2월 6일



비가 오면 생기던 웅덩이에 씨앗 하나가 떨어졌지.


바람은 나뭇잎을 데려와 슬그머니 덮어 주고

겨울 내내 나뭇잎

온몸이 꽁꽁 얼 만큼 추웠지만

가만히 있어 주었지.


봄이 되고

벽돌담을 돌던 햇살이 스윽 손을 내밀었어.

그때, 땅강아지는 엉덩이를 들어

뿌리가 지나갈 길을 열어 주었지.

비가 오지 않은 날엔 지렁이도

물 한 모금 우물우물 나눠 주었지.


물론 오늘 아침 학교 가는 길

연두색 점 하나를 피해 네가 ‘팔딱’ 뛰었던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야.


- 경종호, <새싹 하나가 나기까지는>


아이 하나 키우는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고 했던가요? 이 시를 읽으니 마을 하나로는 어림도 없겠다 싶네요. 새싹 하나 나는데도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을 줄이야.


생명이 움트는 일에 나름 기여하면서 아무도 생색을 내지 않아요. 나뭇잎을 데려와 ‘슬그머니’ 덮어 준 바람, 추운 겨울 그저 ‘가만히’ 있어 준 나뭇잎, 봄이 되어 ‘스윽’ 손을 내민 햇살, 엉덩이 한번 슬쩍 들어준 땅강아지, 물 한 모금 ‘우물우물’ 나눠 준 지렁이. 점처럼 작은 새싹 피해 ‘팔딱’ 뛴 어느 학생까지.


저희 교회가 8살이 되었네요. 새싹 하나도 그냥 나는 게 아닌데, 교회 하나가 이만큼 피어나는 일이 그냥 될 리 없었겠죠. 슬그머니, 가만히, 스윽, 우물우물, 팔딱…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게 교회를 돌보고 사랑한 성도들 덕분입니다. 물론, 씨앗 하나를 이곳에 떨어뜨린 주님의 은총이 먼저이겠지요. 궁금하지 않나요? 이런 속깊은 사랑을 머금고 피어난 새싹이 앞으로 어떻게 자라날 지.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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