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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새해가 오면 / 나해철




새해가 오면

배꼽을 드러내놓고 뛰노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해주소서…

건강한 가슴이 상한 것들을 이길 수 있게 해주시고

때때로 꽃이 되게 해주소서…

이 땅의 사람들이 서로 섞이어 하나 되어

제 살이 아프므로 누구건 내려치지 않게 해주소서.

수풀과 잡목림, 깨끗한 새벽과 바람처럼

새해가 오면 끝까지

부끄럽지 않게 해주소서.

아이들과 꽃, 구름과 별/풀과 나무, 착한 짐승들에게.


  • 나해철, <새해가 오면>


새해 어떤 기도를 품으셨나요? 새해 결심도 필요하겠지만, 작심삼일에 민망했던 적 어디 한두 번인가요. 누구는 그러니까 3일마다 다시 다짐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게 어디 그리 쉽던가요. 그러니 결심을 곧게 세우셨다면, 이번엔 기도에 비스듬히 기대어 보는 건 어떨까요? 


새해에는 부끄럼없이 뛰어노는 아이들의 맑음 앞에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면 좋겠습니다. 건강한 것이 썩은 것을 이기고, 옳은 것이 그른 것을 마침내 이겨내어, 황폐했던 “이 땅 어디서나 순결한 꽃들 피어나고 푸른 의의 나무가 가득한” 봄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피부색이 다르고 신념이 다르다고 서로 밀쳐내지 않고 “서로 섞이어 하나 되어" 사는 세상, 제 살 아픈 것처럼 남도 아프다는 걸 알기에 누구도 “내려치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손을 모읍니다. 


부디 새해에는 이 마음 흐릿해지지 말고 “끝까지" 이어갔으면 합니다. 그래서 올해 매일매일 암송하듯 드리고 싶은 기도문이 있다면 바로 이것. 


“새해가 오면 끝까지 부끄럽지 않게 해주소서. 아이들과 꽃, 구름과 별/풀과 나무, 착한 짐승들에게”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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