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성도에게 - 생존 수영/ 박은지



우리는 많은 일을 함께했지

너에게 수영을 배운 건 정말 잘한 일이야

평소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내가 가진 숨은 이 정도라는 것

깊이 가라앉을 수 있다는 것


눕기만 하면 돼,

동작이나 호흡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

별일 아니라는 태도 덕분에

두 손은 어깨를 밀고


내가 물에 뜰 줄 몰랐어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웃음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

그 틈으로 흐르는 구름과 쏟아지는 별

아무렇게나 휘저어도 어디론가 나아가는

팔과 다리, 그을린 얼굴

숨을 뱉으면 들이마실 수 있다


길에서는 가라앉지 않는다

살아 있는 사람처럼 길을 걷는다

별일 아니라는 듯이


- 박은지, <생존 수영>


제목만 듣고 눈이 확 떠진 시예요. 아마 저처럼 수영을 못하는 사람은 공감할 걸요. 자유영, 배영, 접영 다 필요없고 물에 몸이 뜨기만 해도 좋겠어요. 뭐 잠수는 자신 있어, 라고 위안을 삼아야 할까요?


생각보다 간단하네요. “눕기만 하면” 된다니. 칫, 누가 몰라서 안 하나요? 누우면 꼬르륵 가라앉는단 말이예요. 몸에 힘이 들어가고, 나도 모르게 손으로 노를 젖게 되고... 아, 그러고 보니 다 이유가 있었군요. 생존수영에 꼭 필요한 그것, 바로 “별일 아니라는 태도.”


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있었나 봅니다. 그저 별일 아니라는 듯, 몸을 맡기고 눕기만 하면 되는데. 잠시 눈을 감고 숨만 고르면 되는데. 사방에 적들이 에워싸고 있어도, 별일 아니라는 듯 그분과 함께 숨을 고르며, 들이 마시고…. 내쉬고…


“군대가 나를 대적하여 진 칠지라도 내 마음이 두렵지 아니하며 전쟁이 일어나 나를 치려 할지라도 나는 여전히 태연하리로다” (시 27:3)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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