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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소/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 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 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 김기택, <소>


소는 온 몸에 가득한 말을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그저 ‘끔뻑거리고만' 있습니다. 할 말이 가득차면 그렁그렁 눈물로 달려 있을 뿐. 결국 그 말은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 안에 갇혀 꿈쩍도 안 합니다. 저 눈 안에 하고픈 말 다 담겨 있는데,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으니 민망하고 미안합니다.


소의 눈이 그토록 깊은 건 아마도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었기 때문 아닐까요. 하고픈 말, 하지 않아도 되는 말, ‘다시 씹어' 되새김질 하지 않은 말, 너무 쉽게 몸밖으로 내뱉어 온 나의 얕은 눈을 보다가 질끈 눈 감게 됩니다. 헛말들의 홍수 속에 살다 보니 깊은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귀’도 없습니다. 누군가의 눈 속에 담긴 말들, 끝내 눈물이 되어버린 말들을 나는 언제쯤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이것을 알아두십시오. 누구든지 듣기는 빨리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고, 노하기도 더디 하십시오”(약 1:19/ 새번역).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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