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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숨바꼭질 / 정을순


오만데

한글이 다 숨었는 걸

팔십 넘어 알았다 ​


낫 호미 괭이 속에

ㄱ ㄱ ㄱ ​


부침개 접시에

ㅇ ㅇ ㅇ


달아 놓은 곶감엔

ㅎ ㅎ ㅎ


​제 아무리 숨어봐라

인자는 다 보인다


- 정을순, <숨바꼭질>


경남 거창군청 문해(文解)교실에서 정을순 할머니께서 쓰신 시입니다. ‘연필도 안 잡아 보고’ 80년 세월을 보내고 여든이 넘어서야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83세에 쓴 이 시로 정을순 할머니는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주최한 ‘2019년 대한민국 문해의 달’ 행사에서 최우수상을 받습니다. 그럴 만한 작품입니다.


한번 글을 배우고 나면 다시는 문맹의 시기로 돌아갈 수 없지요. ‘오만데’ 숨어있던 글자들이 다 눈에 들어옵니다. 낫, 호미, 괭이, 부침개 접시, 달아놓은 곶감 속에 아무리 꽁꽁 숨어도 80년만에 눈을 뜬 술래를 피할 순 없습니다. “제 아무리 숨어봐라/ 인자는 다 보인다" 할머니는 그동안 까맣게 몰랐던 이 숨바꼭질의 재미에 신이 난 듯 합니다.


한번 은총에 눈을 뜨고 나면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오만데' 숨어있던 은총의 신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의자, 창문, 나무, 풀, 꽃, 밥상, 커피, 가족들과 친구들… 일상의 평범한 모든 것 속에 그분의 손길이 보입니다. 술래 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한글 배우기보다는 오래 걸리겠지만 언젠가 우리도 이렇게 고백할 날이 오겠지요? “제 아무리 숨어봐라/ 인자는 다 보인다.”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고전 13:12)


(손태환 목사)


*사진 출처: https://www.donga.com/news/People/article/all/20190904/972601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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