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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시인이 되려면/ 천양희

작성자 사진: heavenlyseedheavenlyseed



시인이 되려면

새벽하늘의 견명성(見明星)같이

밤에도 지지 않는 새같이

잘 때에도 눈뜨고 자는 물고기같이

몸 안에 얼음 세포를 가진 나무같이

첫 꽃을 피우려고 25년 기다리는 사막만년청풀같이

1kg의 꿀을 찾기 위해 560만 송이의 꽃을 찾아가는 벌같이

성충이 되려고 25번 허물 벗는 하루살이같이

얼음 구멍을 찾는 돌고래같이

하루에도 70만 번씩 철썩이는 파도같이


제 스스로를 부르며 울어야 한다.


자신이 가장 쓸쓸하고 가난하고 높고 외로울 때*

시인이 되는 것이다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 중에서.


  • 천양희, <시인이 되려면>

예상은 했지만 어마어마하네요. 매미 떼 말입니다. 어제는 출애굽기에 나오는 메뚜기 재앙이 떠오를 정도였다니까요. 17년 만에 땅 속에서 올라온 수십 억 마리의 매미들이라고 하니, 저 정도 우는 건 봐 줘도 되겠다 싶기도 합니다. 게다가 17년 동안 잠을 잔 것이 아니라 2007년에 산란하여 그동안 천천히 자란 것이고 성충이 되고 난 뒤는 길어야 2-4주 산다고 하네요. 천양희 시인이 미국 매미를 알았더라면 이 시를 조금 고쳤을지도 모르겠네요.


시인이 되려면

성충이 되려고 17년을 땅 속에서 버텨온 매미 유충같이

“제 스스로를 부르며 울어야 한다.”


이정록 시인은 이 시의 “시인이 되려면"이란 시구에 ‘어머니가 되려면'을 넣어보자고 제안합니다. 누님, 형, 삼촌, 아줌마, 아저씨를 넣어보자고요. ‘목사’를 넣어봤더니 갑자기 눈물이 왈콱하고, ‘아빠’를 넣었더니 가슴이 저리네요. 그 무엇이라도 그에 걸맞은 존재가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뭐든 쉽게 이루고 되려는 효율만능의 세상에 등장하여 무려 17년 묵은 소리를 내는 저 매미들의 울음이 더 이상 예사롭게 들리지 않네요. 겨우 7일 묵은 설교를 꺼내 놓아야 하는 오늘같은 날은 더 그렇고요. 신앙도 점점 편이를 따지는 요즘, 나는 예수의 참 제자가 되기 위해 어떤 인내의 시간을 지나왔을까요?


시인도, 그리스도인도, 그리고 사람도, “자신이 가장 쓸쓸하고 가난하고 높고 외로울 때” 비로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쓸쓸하고 가난하고 높고 외롭다면 안심하기로 해요.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니까.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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