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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시(詩) /파블로 네루다, 정현종 옮김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그렇게, 얼굴 없이

그건 나를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어.

내 영혼 속에서 뭔가 두드렸어,

열(熱)이나 잃어버린 날개,

그리고 내 나름대로 해보았어,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어


시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시입니다. 시인이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문득 시가 시인을 찾아오는 경험을 합니다. 목소리도 아니고, 말도, 침묵도 아닌 그 시어(詩語)가 영혼을 두드리며 찾아올 때, 시인은 열병 속에서 자기에게 찾아온 그 시어를 해독하며 ‘어렴풋한 첫 줄’을 쓰게 되는 것이지요.


설교자도 이런 경험을 합니다.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앉아 있어도 말씀의 세계가 열리지 않건만, 어느 순간 목소리도, 말도, 침묵도 아닌 ‘말씀’이 다가오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 계시의 은총으로 설교자는 몸살을 앓는 듯한 ‘해독’의 고통 속에서 어렴풋한 한 문장을 써 내려 갑니다. 그리고 기도합니다. 설교의 현장에서도 말씀이 성도들에게 찾아가 주시기를), 영혼을 파고드는 그 불에 한껏 뜨거워지기를.


문득! 내게 찾아온 그분을 만나는 주일 되시길 비손합니다.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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