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성도에게 - 식사법/ 김경미



콩나물처럼 끝까지 익힌 마음일 것

쌀알빛 고요 한 톨도 흘리지 말 것

인내 속 아무 설탕의 경지 없어도 묵묵히 다 먹을 것

고통, 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버리지 말 것

성실의 딱 한 가지 반찬만일 것


새삼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제명에나 못 죽는 건 아닌지

두려움과 후회의 돌들이 우두둑 깨물리곤 해도

그깟것 마저 다 낭비해버리고픈 멸치똥 같은 날들이어도

야채처럼 유순한 눈빛을 보다 많이 섭취할 것

생의 규칙적인 좌절에도 생선처럼 미끈하게 빠져나와

한 벌의 수저처럼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할 것


한 모금 식후 물처럼 또 한 번의 삶,을

잘 넘길 것


- 김경미, <식사법>


제목은 <식사법>이지만 실은 “사는 법”을 노래하는 시네요. 중간에 자꾸 뚜껑 열어 비릿한 콩나물처럼 조급한 마음으로 살지 말 것, 작고 하찮은 것들에 담긴 하늘 고요를 흘리지 말고 살 것, 맛없다고 떼어낸 식빵 가장자리처럼(아, 찔려라) 삶의 힘든 구석도 묵묵히 잘 씹어 먹을 것.


두려움과 후회의 돌들이 심지어 이빨 하나 부러뜨려도, 멸치똥처럼 쓸 데 없어 보이는 날들의 연속이어도 유순한 눈빛은 잃어버리지 말고 살 것.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좌절에 흐트러진 몸과 마음, 가지런히 놓인 한 벌의 수저처럼 잘 정돈해 볼 것.


기도해주신 덕분에 휴가 잘 다녀왔습니다. 이렇게 살았던가,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모금 식후 물처럼 또 한 번의 삶”을, 잘 넘겨 보려 합니다. 같이 드실까요?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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