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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신문지 밥상 / 정일근

최종 수정일: 2023년 6월 17일



더러 신문지 깔고 밥 먹을 때가 있는데요

어머니, 우리 어머니 꼭 밥상 펴라 말씀하시는데요

저는 신문지가 무슨 밥상이냐며 궁시렁 궁시렁 하는데요

신문질 신문지로 깔면 신문지 깔고 밥 먹고요

신문질 밥상으로 펴면 밥상 차려 밥 먹는다고요

따뜻한 말은 사람을 따뜻하게 하고요

따뜻한 마음은 세상까지 따뜻하게 한다고요

어머니 또 한 말씀 가르쳐 주시는데요


해방 후 소학교 2학년이 최종학력이신

어머니, 우리 어머니 말씀 철학


- 정일근, <신문지 밥상>


시인은 어머니의 ‘말씀 철학’에 놀라고 있습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사물의 존재가 본래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해하는 인간 존재와의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았습니다. 신문지를 신문지로 깔면 신문지를 깔고 밥 먹는 것이고, 신문지를 밥상으로 펴면 밥상 차려 밥 먹는 것이지요. 놀랍게도 ‘해방 후 소학교 2학년이 최종학력이신’ 어머니께서 이미 그걸 간파하고 계신 겁니다.


신학 공부를 막 시작하던 20대 초반, 교회 어른들이 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찬송은 촌스러웠고, 기도는 논리가 없었으며, 목사님의 설교조차 마음에 차지 않았습니다. 이건 틀렸다고 대놓고 따진 적도 있었습니다. 건방지기가 하늘을 찌를 듯 했습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목회하면서 깨닫게 됩니다. 평생 교회를 지키며 묵묵히 예수를 믿어온 그분들의 신앙이 ‘칼빈’ ‘바르트’ 운운하면서 알아 듣지도 못하는 신학 논쟁하는 분들보다 귀하다는 것을. 불같이 타올라 당장이라도 아프리카 선교에 헌신할 듯하다 금새 식어버리는 처녀총각 믿음보다, 평생 매주일 예배 전 어김없이 일찍 와서 설교 본문 미리 찾아놓고 기도하는 어른들의 신앙이 훨씬 믿음직하다는 것을.


아, 저는 언제쯤 그런 소박하고 단단한 신앙의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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