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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업어준다는 것 / 박서영


저수지에 빠졌던 검은 염소를 업고

노파가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등이 흠뻑 젖어들고 있다

가끔 고개를 돌려 염소와 눈을 맞추며

자장가를 흥얼거렸다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희고 눈부신 그의 숨결을 듣는다는 것

그의 감춰진 울음이 몸에 스며든다는 것

서로를 찌르지 않고 받아준다는 것

쿵쿵거리는 그의 심장에

등줄기가 청진기처럼 닿는다는 것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약국의 흐릿한 창문을 닦듯

서로의 눈동자 속에 낀 슬픔을 닦아주는 일

흩어진 영혼을 자루에 담아주는 일


사람이 짐승을 업고 긴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한없이 가벼워진 몸이

젖어 더욱 무거워진 몸을 업어주고 있다

울음이 불룩한 무덤에 스며드는 것 같다


- 박서영, <업어준다는 것>


유학생 시절, 기숙사 아파트 3층에 살고 있었습니다. 주일 사역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주차장에 내리면, 잠이 든 아들을 업고 하필 기숙사 빌딩 맨 끝에 있는 입구까지 걸어가서 3층까지 올라가야 했지요. 나이에 비해 꽤 무거웠던 아들을 업고 계단을 오르며 자주 생각했었습니다. 같은 무게의 쌀가마니라면 이렇게 업고, 아니 짊어지고, 오를 수 있을까.


등에 지는 일과 등에 업는 일은 이토록 다릅니다.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건, 그의 숨결과 눈물을 내 등으로 받아내는 일입니다. ‘쿵쿵거리는 그의 심장' 소리와 ‘감춰진 울음’이 등에 스며들어 그와 내가 하나되는 일입니다. 김사인 시인의 말처럼, “그것은 무방비의 내 뒤쪽을 다 허락하는 일이며 다 내준다는 뜻"이고, “타자의 온 무게를 지고 그의 다리가 되어 대신 걸어주는 일”입니다 (김사인, <시를 어루만지다>,108). 아, 그러니 ‘어부바'의 힘은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가요!


내 존재를 온전히 맡기며 업혀 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가끔은 지친 몸과 마음 툭 내려 놓고 누군가의 등에 업히고 싶습니다. 너무 그렇게 아등바등 애쓰지 말고, 내게 ‘어부바' 하시며 기꺼이 등을 내어주시는 주님께 모든 걸 맡기며 훌쩍 업혀 보는 건 어떨까요? “너희는 늙어가도 나는 한결같다. 너희가 비록 백발이 성성해도 나는 여전히 너희를 업고 다니리라. 너희를 업어 살려내리라”(사 46:4 공동번역).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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