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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요격시 / 정현종



다른 무기가 없습니다

마음을 발사합니다


두루미를 쏘아올립니다 모든 미사일에

기러기를 쏘아올립니다 모든 폭탄에

도요새를 쏘아올립니다 모든 전폭기에

굴뚝새를 쏘아올립니다 모든 포탄에

뻐꾸기를 발사합니다 모든 포탄에

비둘기를 발사합니다 정치꾼들한테

왜가리를 발사합니다 군사모험주의자들한테

뜸부기를 발사합니다 제국주의자들한테

까마귀를 발사합니다 승리 중독자들한테

발사합니다 먹황새 물오리 때까치 가마우지....


하여간 새들을 발사합니다 그 모오든 死神들한테


- 정현종, <요격시>


오래 전,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를 방문했다가 눈길을 끄는 전시물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작품의 이름은 <Escopetarra>. 스페인어로 총과 기타의 합성어라고 하는데, 실제로 총열과 총구 부분이 기타로 만들어져 있더군요. 평화 운동가 César López가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수십년 째 계속되는 내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는 것을 보면서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도구인 소총을 평화의 상징으로 재탄생시킨 것입니다. 총알 대신 경쾌한 음악이 발사되는 그 순간, 세상 사람 모두가 한바탕 웃으며 춤을 추지 않을까 상상하며 가슴이 뛰었습니다.


영화 <웰컴투 동막골>에 보면, 국군과 인민군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대치하고 있는 초긴장 상황에서 옥수수 창고에 수류탄이 터지며 팝콘이 하얀 꽃눈이 되어 하늘에서 내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아, 평화를 향한 예술가들의 상상력은 얼마나 유쾌한가요!


정현종 시인도 같은 상상을 한 모양입니다. 무기가 아닌 마음을 발사합니다. 포탄이 아닌 새들이 힘껏 날아오릅니다. 저 모든 사신들을 향해 자유와 생명을 발사합니다. 죽음이 아니라 생명이 승리하는 세상에 대한 예언입니다. 우리에게도 다른 무기는 없습니다. 다같이, 마음을 발사합시다. “그 모오든 死神들한테”


"무리가 그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미 4:3) “그 때에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 아이에게 끌리며”(사 11:6)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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