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비 오네
자꾸 비 오면
꽃들은 우째 숨쉬노
젖은 눈 말리지 못해
퉁퉁 부어오른 잎
자꾸 천둥 번개 치면
새들은 우째 날겠노
노점 무 당근 팔던 자리
흥건히 고인 흙탕물
몸 간지러운 햇빛
우째 기지개 펴겠노
공차기하던 아이들 숨고
골대만 꿋꿋이 선 운동장
바람은 저 빗줄기 뚫고
우째 먼길 가겠노
- 최영철, <우짜노>
다들 먹고 사는 문제로 염려하는 세상에서 시인의 ‘우짜노'가 한가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 비 오네' 하면서 꽃들과 꽃잎 걱정을 하고, 새들은 어찌 나나 염려하고, 노점 장사하시는 할머니 안부를 떠올리더니, 급기야 햇빛과 아이들과 운동장과 바람까지 걱정합니다. 이런 걸 ‘노파심'이라 하는가 싶지만, 어쩌면 세상이 이렇게 각박해지고 매정해지는 건 이런 ‘우짜노'가 없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달라스의 쇼핑 몰에서 일어난 총격 소식에 다시 마음이 무너져 내립니다. 문제의 원인을 또 개인의 정신 건강으로 돌리려는 저들의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엄마의 희생으로 홀로 살아남은 5살 한인 아이에게 매년 찾아올 Mother’s Day를 떠올리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 합니다. 이런 참사가 계속되는데도 조금도 바뀌지 않는 이 사회를 정말 어쩌면 좋을까요?
주님의 말씀처럼 무얼 먹을까 무얼 입을까는 염려하지 않아도, 이런 세상을 보며 우짜노 하며 염려하는 마음은 가지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손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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