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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음악감상 / 윤병무




만일 전화 통화 후 나의 동료 직원이 여러 경로를 거쳐

해고 조치된다면 나도 사표를 준비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장시간에 걸친 전화 통화는 동료 직원의

인내심으로 조용히 끝났기 때문이다

나는 곧바로 퇴근했지만,

동료 직원은 어느 술집으로 다시 출근했을 것이다

다음날 술자리에서 동료 직원은 말했다

걸려온 전화기에 가득 찬 고함 소리의

틈새로 자신이 너무도 좋아하는 브람스 음악이

새어나오고 있었노라고


- 윤병무, <음악감상>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이후로 들려오는 거친 고함 소리. ‘그래, 여기까지다' 하며 끊으려는 순간, 전화기 너머 새어나오는 브람스, 브람스라니!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고함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선율이었겠지만, 그 틈새의 ‘음악감상’ 덕분에 그는 비로소 숨을 쉽니다.


어느 시인은 “새 일은 늘 틈에서 벌어진다"고 했습니다. 아스팔트의 갈라진 틈을 뚫고 나오는 초록 생명이 그렇고, 거친 욕설과 상소리 틈새로 새어나오는 브람스 음악이 그렇겠지요. 온갖 증오와 원망의 말들 사이를 뚫고 나오는 따뜻한 돌봄의 말이, 절망의 말들 틈새로 흘러나오는 ‘아슬아슬한 희망’의 말 한마디가 오늘도 숨막히는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 생명의 숨을 선사합니다.


그러고보니 말씀묵상은 곧 음악감상이네요. 세상에 가득한 잡음과 소음 사이를 뚫고 흘러나오는 하늘의 선율을 듣는 일이니 말입니다. 둔한 저의 귀가 좀 밝아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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