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성도에게 - 이사 가는 날 / 하청호


* 그림은 야마모토 쇼조 글/ 스즈키 마모루 그림의 <이사 가는 날>


이사 가는 날

헤진 동화책과

낡은 장난감이

서로 눈치를 본다.


'나는 데려갈 거야'


헌 책상과 의자도

마음이 초조하다.


'나는 영이와 함께

공부했으니까

데리고 갈 거야'


이사 가는 날

모두 모두

눈치를 보며

차에 타기를 기다린다


- 하청호, <이사 가는 날>


처음 기쁨의 교회 부임해 오던 날, 중고등부 학생들의 예배 공간이 없어 근처 유대교 회당에서 예배드린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잠시나마 저의 집무실과 교회 사무실을 합치고 학생들에게 공간을 내어주자 했던 이유는,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면 그건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배당이 비좁고 불편한 건 괜찮지만, 아이들이 예배하고 말씀을 배울 공간이 마땅하지 않은 건 목회자로서 그리고 교회의 어른으로서 고민하고 기도해야 할 문제라 여겼습니다.


감사하게도 주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조금 더 넓은 공간이 있는 예배 처소로 이사를 갑니다. 그곳에서 부어주실 주님의 은혜가 기대가 되고, 사랑하는 성도들과 나눌 교제와 앞으로 감당하게 될 사역들을 생각하며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합니다. 처음엔 새로운 곳이 낯설고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우리 모두가 신앙의 여정에 신발끈을 다시 고쳐 매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건물만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 새로워지는 계기가 되길 빕니다.


이사하면서 위 동시를 읽고 잠시 웃으며 시작하면 어떨까요? 육신의 장막을 벗고 이사 가는 날, 우리 손 꼭 잡고 데려가실 주님을 생각하면서.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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