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성도에게 - 절망/ 김수영

최종 수정일: 4월 26일




풍경이 풍경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곰팡이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여름이 여름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속도가 속도를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졸렬과 수치가 그들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바람은 딴데서 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 김수영, <절망>


저들은 왜 도무지 반성할 줄 모르는가, 어찌 저토록 뻔뻔하고 몰염치한가. 이해가 되지 않아 분통을 터뜨리다가 이 시 덕분에 알았습니다. 졸렬과 수치는 절대 그들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는 것을. 곰팡이가 곰팡이를 반성하면 곰팡이가 아니니까. 절망이 자신을 반성하면 더이상 절망이 아니니까.


C.S. 루이스가 한 말이 이 시와 만나 좀 더 선명해졌습니다. “사실 회개는 선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정작 회개가 필요한 사람은 악한 사람인데, 완전한 회개는 선한 사람만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하여, 은총이네요.

반성할 수 있다는 것은.

회개할 수 있다는 것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찾아온 구원은.


* 이성복 시인의 말을 덧붙입니다. “어떻게 반성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지 마세요./ ‘왜 나는 반성하지 않는가’도 반성이에요.”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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