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성도에게 - 정작 감사한 것들 / 차진배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코끝에 와 닿아있다

때문에 우리는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살결에 와 닿아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싱싱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발 밑에 와 닿아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단단하게 딛고 서있는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우리 속에 가득 차 있었다

초라한 모든 것을 끌어 안아야 하고

불의로운 모든 것을 바르게 펴야 한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우리의 가슴 속에

우리 가슴 깊은 곳에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차진배, <정작 감사한 것들>


황인숙 시인은 “나는 왜 항상 늙은 기분으로 살았을까” 물었지요. 이런 질문도 가능할 거 같아요. “나는 왜 항상 부족한 기분으로 살았을까.”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기기보다, 늘 다 채워지지 않은 듯한 기분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참으로 감사한 건 이미 코끝에, 이미 살결에, 이미 발 밑에 와 닿아 있는데 말입니다.


팬데믹에 맞는 두 번째 추수감사주일이네요. 날씨는 추워지고, 물가는 오르고, 아픈 소식들은 여전히 들려오지만, 정작 감사할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 법입니다. 더 가지라고, 더 누리라고 부추기는 세상은 감사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합니다. 시의 각 연마다 반복되는 ‘이미’란 말이 마음에 박혀 내 곁을 둘러봅니다. 아, ‘정작 감사할 것들’이 이렇게 많았다니요. 곁을 내어주신 여러분이 있어 감사합니다. 복된 추수감사절 맞으시길 빕니다.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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