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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지금 여기가 맨 앞/ 이문재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

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

실뿌리에서 잔가지 우듬지

새순에서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전부 끝이 시작이다.


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

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

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

기억 그리움 고독 절망 눈물 분노도

꿈 희망 공감 연민 연대도 사랑도

역사 시대 문명 진화 지구 우주도

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


지금 여기 내가 정면이다.


- 이문재, <지금 여기가 맨 앞>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계관(世界觀)이 아니라 세계감(世界感)이다”라고 말한 이문재 시인의 시입니다. 시인의 눈은 끝에서 시작을 봅니다. 나무는 언제나 끝에서 시작하지요. 실뿌리에서 잔가지와 우듬지가 나오고, 가지 끝에서 순이 돋고 꽃과 열매가 생겨납니다. 겨울 끝에서 봄이 피어나듯 말입니다.


하여, 맨 끝은 언제나 맨 앞입니다. 이문재 시인은 <바닥>이라는 시에서 “땅바닥은/ 땅의 머리/ 땅의 정수리다/ 그러니까 땅은 언제나/ 꼿꼿이 서 있는 것이다”라고 노래했습니다. 맨 끝에서 맨 앞을, 맨 아래에서 맨 위를 보는 것이죠.


인생의 끝, 역사의 끝, 인류의 끝을 떠올리게 되는 시절입니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그런 우리 모두에게 시인은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라고 말합니다. 여기가 끝이로구나, 생각한 그 자리가 다시 맨 앞입니다. 사순절의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저기 저 갈보리 언덕에 끝이 보입니다. 끝이라 생각한 그곳이 시작임을 곧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길 끝에서 다시 피어나는’ 존재입니다.


다시, 맨 앞입니다.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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