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성도에게 - 틈/ 김지하

1월 10일 업데이트됨


아파트 사이사이

빈틈으로

꽃샘 분다


아파트 속마다

사람 몸 속에

꽃눈 튼다


갇힌 삶에도

봄 오는 것은

빈틈 때문


사람은


새 일은 늘

틈에서 벌어진다.


- 김지하, <틈>


아직 봄이 멀었건만 봄 기운 나는 시들이 자꾸 떠오르네요. 서늘한 소식들에 지친 모양입니다. 겨우내 굳은 껍질 틈새로 비집고 나올 꽃눈이 그립고, 바위 틈 사이에서 ‘나 여기 있어요’ 하며 손짓하는 풀꽃들이 보고 싶습니다. 올해도 그 틈 사이 여리고도 강한 생명이 말을 건네겠지요. “갇힌 삶에도 봄 오는 것은 빈틈 때문”이라고.


꽉 찬 스케줄이지만 그 사이 작은 틈 때문에 그나마 숨 쉬고 사는 것이지요. 딱딱히 굳어진 마음에 틈 하나 없다면 말씀이 꽃 피우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욕망으로 지어진 세상의 철벽에 틈 하나 만들어 하나님 나라의 빛을 비춘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이 낡은 세상에서도 새 일을 꿈꿉니다.


지난 주 일어난 의사당 난입 사태를 보며 다시 한번 백인 우월주의의 견고한 성을 봅니다. 그릇된 종교적 신념과 국가주의, 그리고 맘몬의 우상도 보입니다.이 썩은 내 나는 세상에서도 감히 희망을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악의 체제에 온몸을 던져 틈을 만들어온 이들 때문입니다. 그 빈틈 사이로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한 줄기 빛 비추게 했던 이들 덕분입니다.


신영복 선생은 “내가 (교도소에서) 자살하지 않은 이유는 '햇볕' 때문이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독방에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신문지 크기만한 햇볕이 그에게 살아있어야 할 이유가 되었습니다. 죄와 악으로 꽉 찬 이 세상에 균열을 내어 틈을 만드는 사람들, 그 틈 사이로 하늘빛을 스며들게 하여 누군가로 살 이유를 알게 해 주는 사람들, 저는 그들이 그리스도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손태환 목사)

조회 76회댓글 0개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당신의 손/ 강은교

당신이 내게 손을 내미네 당신의 손은 물결처럼 가벼우네. 당신의 손이 나를 짚어보네. 흐린 구름 앉아있는 이마의 구석 구석과 안개 뭉게뭉게 흐르는 가슴의 잿빛 사슬들과 언제나 어둠의 젖꼭지 빨아대는 입술의 검은 온도를. 당신의 손은 물결처럼 가볍지만 당신의 손은 산맥처럼 무거우네. 당신의 손은 겨울처럼 차겁지만 당신의 손은 여름처럼 뜨거우네. 당신의 손이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중과부적/ 김사인

조카 학비 몇 푼 거드니 아이들 등록금이 빠듯하다. 마을금고 이자는 이쪽 카드로 빌려 내고 이쪽은 저쪽 카드로 돌려 막는다. 막자 시골 노인들 팔순 오고 며칠 지나 관절염으로 장모 입원하신다. 다시 자동차세와 통신요금 내고 은행카드 대출할부금 막고 있는데 오래 고생하던 고모 부고 온다. 문상 마치고 막 들어서자 처남 부도나서 집 넘어갔다고 아내 운다. '젓

시카고기쁨의​교회

1-847-972-1087

office@cjcchurch.org

4555 Church St.

Skokie, IL 60076

  • White Instagram Icon
  • White YouTube Icon
  • White Facebook Icon

©2020 by Chicago Joyful Community Church. 

Joyful Church Logo CYMK BP-01.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