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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틈/ 김지하

최종 수정일: 2021년 1월 9일


아파트 사이사이

빈틈으로

꽃샘 분다


아파트 속마다

사람 몸 속에

꽃눈 튼다


갇힌 삶에도

봄 오는 것은

빈틈 때문


사람은


새 일은 늘

틈에서 벌어진다.


- 김지하, <틈>


아직 봄이 멀었건만 봄 기운 나는 시들이 자꾸 떠오르네요. 서늘한 소식들에 지친 모양입니다. 겨우내 굳은 껍질 틈새로 비집고 나올 꽃눈이 그립고, 바위 틈 사이에서 ‘나 여기 있어요’ 하며 손짓하는 풀꽃들이 보고 싶습니다. 올해도 그 틈 사이 여리고도 강한 생명이 말을 건네겠지요. “갇힌 삶에도 봄 오는 것은 빈틈 때문”이라고.


꽉 찬 스케줄이지만 그 사이 작은 틈 때문에 그나마 숨 쉬고 사는 것이지요. 딱딱히 굳어진 마음에 틈 하나 없다면 말씀이 꽃 피우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욕망으로 지어진 세상의 철벽에 틈 하나 만들어 하나님 나라의 빛을 비춘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이 낡은 세상에서도 새 일을 꿈꿉니다.


지난 주 일어난 의사당 난입 사태를 보며 다시 한번 백인 우월주의의 견고한 성을 봅니다. 그릇된 종교적 신념과 국가주의, 그리고 맘몬의 우상도 보입니다.이 썩은 내 나는 세상에서도 감히 희망을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악의 체제에 온몸을 던져 틈을 만들어온 이들 때문입니다. 그 빈틈 사이로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한 줄기 빛 비추게 했던 이들 덕분입니다.


신영복 선생은 “내가 (교도소에서) 자살하지 않은 이유는 '햇볕' 때문이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독방에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신문지 크기만한 햇볕이 그에게 살아있어야 할 이유가 되었습니다. 죄와 악으로 꽉 찬 이 세상에 균열을 내어 틈을 만드는 사람들, 그 틈 사이로 하늘빛을 스며들게 하여 누군가로 살 이유를 알게 해 주는 사람들, 저는 그들이 그리스도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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