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성도에게 - 흔들린다 / 함민복




집에 그늘이 너무 크게 들어 아주 베어버린다고

참죽나무 균형 살피며 가지 먼저 베어 내려오는

익선이 형이 아슬아슬하다


나무는 가지를 벨 때마다 흔들림이 심해지고

흔들림에 흔들림 가지가 무성해져

나무는 부들부들 몸통을 떤다


나무는 최선을 다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

가지 하나 이파리 하나하나까지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

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 있었구나


그늘을 다스리는 일도 숨을 쉬는 일도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직장을 옮기는 일도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고

흔들려 흔들리지 않으려고

가지 뻗고 이파리 틔우는 일이었구나


- 함민복, <흔들린다>



나이 마흔을 가리켜 불혹(不惑)이라더니 40대 마지막 해가 되었는데 여전히 흔들리네요. 어제도 빼어난 글쟁이에 샘이 나서 이리저리 흔들거렸다니까요. 거의 오십 년을 살았는데 제 마음 하나 다잡지 못하다니, 이쯤 되면 지천명(知天命)은 물 건너 갔다고 봐야겠지요.


풀 죽어 있는 내게 시인은 흔들리지 말라고 다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흔들리지 않으려고 흔들’리는 모든 이들을 다독여 줍니다.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직장을 옮기는 일도” 그게 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흔들린 몸부림이었다는 걸 이해해 줍니다. 아무 일도 없는 듯 언제나 태연한 표정의 교인이 더 위태로워 보입니다. 흔들려야 덜 흔들린다는, 나무의 말에 귀를 좀 기울이면 좋으련만.


상처 투성이로 살던 어느 날,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고 버티던 저에게 고정희 시인의 시가 다가와 태연하게 말을 건넸지요.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그때 알았지요. 상한 갈대를 꺽지 않는 그분의 하늘 아래선 충분히 흔들려도 좋다는 걸.


“그는 외치지 아니하며 목소리를 높이지 아니하며 그 소리를 거리에 들리게 하지 아니하며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진실로 정의를 시행할 것이며”(사42:1-3).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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