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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애기똥풀이 하는 말/ 정일근

최종 수정일: 2월 18일



내 이름 너희들의 방언으로

애기똥풀이라 부르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내 몸 꺾어 노란 피 내보이며

노란 애기똥을 닮았지, 증명하려고는 마

너희들이 명명한 가벼운 이름, 더 가벼운 손짓에

나는 상처받고 시들시들 죽어가고 있어

너희들 속에 생명이 있다면

내 속에도 뜨거움이 있고

너희들이 이 땅에 존재한다면

나도 이 땅에 뿌리내리고 있어

이제 우리 서로 사랑하기로 해

내 너희들에게 착한 자연이 되듯이

너희들도 나의 좋은 친구가 되어줘

너희들의 방언으로 내 이름 부르기 전에

이제는 내 방언에 귀 기울여줘

내 얼마나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로

너희들의 이름 부르는지 아니

귀 기울여줘, 내가 부르는 너희들의 이름을

친구라고 부르는 너희들의 이름을


  • 정일근, <애기똥풀이 하는 말>


인간들은 참 너무하지요? 줄기와 잎 속에 노란 수액이 아기 똥을 닮았다며 ‘애기똥풀’이라고 부르고(‘까치다리’라는 이름도 있는데), 그것도 모자라 굳이 그 여린 몸을 꺾어 ‘증명’해 보이겠다니. 뜨거운 생명 품고 이 땅에 존재하는 건 인간만이 아니라는 걸 우리 인간들은 언제나 깨우치게 될까요.


물고기라는 이름도 그래요. 살아있는 소를 보면서는 소고기라고 부르지 않고 돼지를 돼지고기라고 부르지 않는데, 물 속에 살아 움직이는 생명을 우리는 왜 물’고기’라고 부를까요. 우리 마음대로 명명한 그 “가벼운 이름, 더 가벼운 손짓”에 그들은 오늘도 상처받고 죽어가고 있다는 걸 우리는 언제쯤 알게 될까요.


시를 읽다 하마터면 울 뻔 했네요. 이런 우리에게 화해의 손짓을 내미는 그들이 고마워서. “우리 서로 사랑하기로 해”라며 내미는 손 잡기가 민망하고 미안해서. 우리를 친구라 호명하는 저들의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가 너무 황홀해서. 이런 아름답고 고마운 친구들을 우리 곁에 두신 창조주 하나님이 너무 좋아서.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순례길에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초록발자국이 남겨지길 빕니다.


(손태환 목사)


(사진출처: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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