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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코스모스 / 김사인



누구도 핍박해본 적 없는 자의

빈 호주머니여


언제나 우리는 고향에 돌아가

그간의 일들을

울며 아버님께 여쭐 것인가


- 김사인, <코스모스>


코스모스를 보며 고향을 떠올리는 거야 한국인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정서이겠지만, “누구도 핍박해본 적 없는 자의 빈 호주머니”라니! 두 손에 선물 들고 호주머니 가득 채워 가야 폼 나는 게 귀향길 아니던가요? 더구나, 고향까지 와서 그간의 일들을 ‘울며 아버님께 여쭙는’ 자식이라니. 대체 그는 누구이며, 그간 어떻게 살아온 것일까요?


평론가 임우기는 이 시를 ‘시인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읽어냅니다. 시인됨의 조건으로 “누구도 핍박해본 적 없는” ‘가난함’을 들고 있는 시라는 말이지요. 핍박과 가난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살던 시인이 “그간의 삶에서 귀향하여 늙은 아버지께 ‘여쭙는’ 일종의 고해행위가 곧 시쓰기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김사인, <가만히 좋아하는>, 119쪽)


어디 시인만 그럴까요. 이 세상 소풍 끝내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려면(천상병), 엄마에게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품에 안겨 엉엉 울려면(정채봉), 적어도 누군가를 억울하게 만들며 살지는 말아야겠지요. 박해를 받되 누구도 핍박하지 않았던 가난한 그리스도인들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빈 호주머니로 본향에 돌아가 그간의 일들을 울며 여쭐 ‘아버님'을 기억하며 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날에, 부디, 그분 뵐 면목이 있기를 빌 뿐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들은 더 좋은 곳을 동경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곧 하늘의 고향입니다”(히 11:16a, 새번역)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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