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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환 목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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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소설 /이정록
너무 힘들어서 물가에 고무신 벗어놓고 멍하니 들여다보고 있는데, 눈물이 마르면서 고무신 안쪽에 자동차바퀴가 보이더구나. 그 껌정고무신이 타이아표였거든. 바퀴 안에 진짜라고 써 있더구나. 애들 놔두고 진짜 죽으려고? 그래 얼른 신발을 다시 꿰찼지. 저수지 둑을 벗어나 집으로 오는데, 신발 속에서 진짜, 진짜, 울먹이는 소리가 종아리를 타고 올라오더구나. 진짜 애들한테 떳떳한 어미가 돼야지, 맘먹고는 이날까지 왔다. 글자 하나가 사람을 살린 거야. 넌 글 쓰는 사람이니께 가슴에 잘 새겨둬라. 내 말을 믿으면 진짜 글쟁이고 안 믿으면 그 흔해빠진 똑똑한 아들만 되는 거고, 근데, 어미가 니들 놔두고 진짜 죽을 생각을 했겄냐? 이런 거짓부렁을 소설이라고 하는 겨. 이정록, <소설> 이정록 시인의 <어머니 학교>라는 시집에 나오는 시입니다. 어머니 덕분에 쓴 그의 모든 시들이 그렇듯, 읽다 보면 웃음이 나는데 코끝이 찡하고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눈물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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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 전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작은 못 / 고광근
연장 통에 누워 있는 녹슬고 쓸모없던 작은 못 하나 바로 세워 벽에 박았더니 내 키만한 거울을 든든하게 잡고 있네 저렇게 작은 것들도 엄청난 힘이 있구나 누군가 바로 세워 주기만 하면 고광근, <작은 못> 오랜만에 가족들 모여 식사하는데, 와장창 부서지는 소리가 납니다. 벽에 붙여 놓았던 장식품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아래 있던 피아노에 흠집을 내고 말았네요 (제 아내의 마음에도 흠집이…). 벽에 못 박기 싫어서 3M 신제품을 사다 붙여 놓은 건데, 그냥 못을 박을 걸 후회막급입니다. 버리긴 아까워 연장통에 던져 놓았던 작은 못 하나. 녹슬어 쓸모없는 줄 알았는데, 바로 세워 벽에 박았더니 키만한 거울도 거뜬하게 붙잡고 있습니다. 시인은 그 작은 못에서 누구를 본 걸까요? 쓸모없다고 버려졌던 자신의 과거를 봤을까요? 혹은 쓰러지려는 가족을 끝내 일으켜 세우는 사랑의 힘을 본 걸까요? 지극히 작은 것들의 힘을 믿는 일! 세상을 더 아름답게, 정의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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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 김승희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쫓겨나고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마디 못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 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런 마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래도라는 섬에서 그래도 부둥켜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어디엔가 근심 걱정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김승희, <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세계지도를 펴고 돋보기를 들이대고 살펴 보아도 그래도라는 섬은 없어요. 그 섬은 가장 낮은 곳에서 있어요. 흠뻑 젖어 땅에 달라 붙어버린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있어요. 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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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나의 배후는 너다 / 이수호
누구에게나 배후는 있다 동해 일출과 서해 낙조 떠도는 구름 고운 별무리 그 뒤에는 언제나 하늘이 있는 것처럼 너의 뒤에도 하늘이 있다 어젯밤 너의 하늘은 온통 비바람이더니 오늘 아침 이렇게 햇살 곱구나 때로 나는 너의 배후를 의심하고 너의 하늘마저 질투해서 고민하고 몸부림치지만 너의 하늘은 너무나 커서 언제나 꿈쩍도 않는다 그래서 너는 언제나 고우면서도 빛나면서도 쓸쓸하면서도 폭풍우 몰아치고 캄캄하면서도 넉넉하고 당당하다 나의 배후는 너다 이수호, < 나의 배후는 너다> 배후를 대라는 말, 무시무시하지요. 누가 너를 움직였으냐, 너를 부추겨 이 일을 하게 만든 그가 누구냐는 질문입니다. 시인의 말처럼, 누구에게나 배후가 있습니다. 동해 일출, 서해 낙조, 떠도는 구름, 고운 별무리… 그 뒤에 하늘이라는 배후가 있습니다. 그 하늘은 때로는 온통 비바람이다가 금새 고운 햇살이기도 하여, 시 속 화자는 “너의 배후”를 의심하고 질투합니다. 하지만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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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5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김선우,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대체 시인의 몸 속에는 누가 잠들어 있길래, 꽃 한 송이 피는 걸 보면서 그렇게 떨려 하는 걸까요? 그 마음에 누구를 품고 살기에, 꽃에 벌 한 마리 날아든 걸 보며 자기 몸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는 걸까요? 꽃이 내가 되고, 내가 꽃이 되어, 마치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자연은 우리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데(롬8:22), 우리는 자연과 함께 탄식하고 아파하고 있을까요? 나무 베인 산을 보며 내가 베인 듯 아파하고, 버려진 쓰레기에 내 몸이 더럽혀진 듯 괴로워하고. 길 가다 마주한 꽃 한 송이 덕분에 가슴이 떨리고, 화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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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프란츠 카프카 / 오규원
- MENU - 샤를 보들레르 800원 칼 샌드버그 800원 프란츠 카프카 800원 이브 본느프와 1,000원 에리카 종 1,000원 가스통 바슐라르 1,200원 이하브 핫산 1,200원 제레미 리프킨 1,200원 위르겐 하버마스 1,200원 시를 공부 하겠다는 미친 제자와 앉아 커피를 마신다 제일 값싼 프란츠 카프카 오규원, <프란츠 카프카> 어느 카페 메뉴판일까요? 경제학자, 철학자, 시인 등의 이름이 메뉴로 올라와 있네요. 소비자는 자기 취향 혹은 경제 상태에 따라 고를 수 있습니다. 가스통 바슐라르와 위르겐 하버마스가 가장 비싸고, 샤를 브를레르와 프란츠 카프카가 가장 싸네요. 모든 것이 상품화 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詩)도, 그 안에 담긴 정신적 가치도 상품이 되는 현실을 풍자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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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섬집 아기 / 한인현
*사진 출처: https://picturebook-illust.com/search/list?pageIndex=345&searchCondition=tag&searchKeyword=a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여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한인현, <섬집 아기> 우리에게는 듣기만 해도 감성을 자극하는 동요이지만, 미국들이 들으면 기겁을 하는 노래라고 하지요? 어떻게 아기를 혼자 두고 일을 하러 갈 수 있냐고. 6.25 전쟁이 일어나기 얼마 전에 쓰여진 시라는 걸 모르니 하는 말이겠지요. 가난하고 힘겹던 시절, 아기를 홀로 남겨두고 굴 따러 가야 하는 엄마의 마음은 오죽했을까요. 아기는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가에 스르르르 잠이 들지만, 엄마에겐 갈매기 울음소리가 집에 두고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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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5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숨지 말 것/ 에리히 프리트
시대의 일들 앞에서 사랑 속으로 숨지 말 것 그리고 또한 사랑 앞에서 시대의 일들 속으로 숨지 말 것 에리히 프리트, <숨지 말 것> 타락 후 인간이 한 첫 번째 행동은 숨는 것이었죠. 그래서일까요? 우리는 지금도 ‘동산 나무 사이’에 숨었던 아담과 하와의 뒤를 따라 몸을 숨깁니다. 일 속으로 숨거나, 사람들 속으로 숨거나, 사람들을 피해 숨거나, 종교 안으로 숨어 들어갑니다. 무언가에 대한 지나친 몰두는 혹시 다른 무언가를 피해 숨어 들어간 결과 아닐까요? 너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가만 보면 사람과의 관계나 미래가 두려워 일 속으로 숨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사랑 속으로 꽁꽁 숨었던 20대가 떠오릅니다. 시대의 일들 앞에 서기가 두려웠거든요. 그러다 막상 사랑 앞에서는 시대의 일 속으로 숨기도 했네요. 결국 용기가 없었던 겁니다. 이 시를 읽으며 마음에 새깁니다. 내 가족만 사랑하다 남의 아픔 외면하지 말 것. 내 곁의 한 사람을 사랑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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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8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그 여름의 끝 / 이성복
(사진출처: 나무위키 "배롱나무")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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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1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농담/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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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첫사랑/ 고영민
*사진 출처: https://www.munhwa.com/article/10929287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봄날 저녁이었다 그녀의 집 대문 앞에 빈 스티로폼 박스가 바람에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밤새 그리 뒹굴 것 같아 커다란 돌멩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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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7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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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0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구월이 오면/ 안도현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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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2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지구의 일/ 김용택
해가 뜨고 달이 뜨고 꽃이 피고 새가 날고 잎이 피고 눈이 오고 바람 불고 살구가 노랗게 익어 가만히 두면 저절로 땅에 떨어져서 흙에 묻혀 썩고 그러면 거기 어린 살구나무가 또 태어나지 그 살구나무가 해와 바람과 물과 세상의 도움으로 자라서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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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6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어떤 결심/ 이해인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아플 때 한 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고요히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전 생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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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0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느낌 / 이성복
느낌은 어떻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필 때 느낌은 그렇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질 때 느낌은 그렇게 지는가 종이 위의 물방울이 한참을 마르지 않다가 물방울 사라진 자리에 얼룩이 지고 비틀려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있다 이성복,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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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1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 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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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6일1분 분량


2025년 한반도 평화통일 남북공동기도주일 기도문
2025년 한(조선)반도 평화통일 남북공동기도주일 기도문 (남측초안)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 5장 9절) 하나님, 평화의 주님, 이 땅은 지금, 가장 어두운 새벽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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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9일2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 나태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는 말씀이에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더불어 약과 더불어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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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일2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채소밭 가에서 / 김수영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강바람은 소리도 고웁다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달리아가 움직이지 않게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무성하는 채소밭 가에서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돌아오는 채소밭 가에서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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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5일1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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