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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환 목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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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아침 먹을 때 ‘점심 뭐 먹을까’를 생각하고, 점심 먹으면서는 ‘저녁에 뭐 먹지’ 고심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지요. 그만큼 맛있게 먹을 수도 없겠고요. 사람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사람과 대화하면서도 휴대폰에 정신이 팔려 있거나 자꾸 다른 곳에 시선이 가 있다면 어떨까요? 나를 건성으로 대하는 이를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그렇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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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참회록 /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윤동주, <참회록> 윤동주는 1942년 1월 29일 창씨개명계를 제출합니다. ‘히라누마 도주’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성씨를 바꾼 것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그의 시 <참회록>은 창씨개명계를 제출하기 닷새 전에 쓴 작품입니다. 윤동주가 창씨개명을 하기 전 얼마나 괴로워 했었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개명을 하지 않으면 학교 입학과 진학 거부는 물론, 행정기관에서 다루는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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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쌀/ 정일근
서울은 나에게 쌀을 발음해 보세요, 하고 까르르 웃는다 또 살을 발음해 보세요, 하고 까르르 까르르 웃는다 나에게는 쌀이 살이고 살이 쌀인데 서울은 웃는다 쌀이 열리는 쌀 나무가 있는 줄만 알고 자란 그 서울이 농사짓는 일을 하늘의 일로 알고 살아온 우리의 농사가 쌀 한 톨 제 살점같이 귀중히 여겨온 줄 알지 못하고 제 몸의 살이 그 쌀로 만들어지는 줄도 모르고 그래서 쌀과 살이 동음동의어라는 비밀을 까마득히 모른 채 서울은 웃는다 정일근, <쌀> 쌀을 살로 발음하는 분들, 그동안 웃은 저를 용서해주시어요. 쌀이 살이고 살이 쌀인 줄 모르고 살았네요. 쌀이 녹아 살이 되고, 살을 녹여 쌀이 됨을 몰랐어요. 내가 먹은 쌀이 내 몸의 살이 되는 거였네요. 서울은 그것도 모르면서 쌀쌀맞게 웃어요. 쌀 한 톨의 무게가 살점의 무게임을 까마득히 몰랐어요. 쌀이 살이 되고 살이 쌀이 되는 것, 그게 밥이 되어 오신 예수님의 삶이었네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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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1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재춘이 엄마 / 윤제림
*출처: Sk 광고 어머니 편 (2009. 08) https://youtu.be/eCeBbk6eyCM?si=ipEAxki5XKy2qWDz 재춘이 엄마가 이 바닷가에 조개구이집을 낼 때 생각이 모자라서 그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이네’ 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뿐이 아니다. 보아라, 저 갑수네, 병섭이네, 상규네, 병호네. 재춘이 엄마가 저 간월암(看月庵)같은 절에 가서 기왓장에 이름을 쓸 때, 생각나는 이름이 재춘이 밖에 없어서 ‘김재춘’이라고만 써놓고 오는 것은 아니다. 가서 보아라, 갑수 엄마가 쓴 최갑수, 병섭이 엄마가 쓴 서병섭, 상규 엄마가 쓴 김상규, 병호 엄마가 쓴 엄병호. 재춘아, 공부 잘해라! 윤제림, <재춘이 엄마> 아무렴요. 생각이 모자라서, 더 근사한 이름이 없어서, 조개구이집 간판에 아들 이름을 떡 하니 내 건 게 아니겠지요. 미국에는 “Petersen and Son Plumbing”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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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2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눈/김수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靈魂)과 육체(肉體)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 김수영, <눈>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이 살아 있습니다. 죽지 않고 시퍼렇게.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건만 눈은 버젓이 살아 있습니다. 어쩌면 떨어졌기에 살아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 눈에 대고 기침을 하자고, 가래를 뱉자고 시인 김수영은 말합니다. 순백의 눈 위에 가래 침을 뱉자는 심보는 뭘까 싶지만, 그 또한 살아 있음에 대한 선언일 터. 오로지 상승한 자만이 살아남는 세상에서 수없이 추락을 경험했을 ‘젊은 시인’에게 김수영은 마음 놓고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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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나룻배와 행인 / 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한용운, <나룻배와 행인> 흙발로 나를 짓밟고 가더라도 나는 기꺼이 그를 안고 물을 건널 수 있을까요? 물만 건너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셔도, 그가 오지 않는 날들을 눈비 맞으며 밤낮으로 또 기다릴 수 있을까요? 그분을 기다리며 날마다 날마다 낡아가는 걸 기꺼이 기뻐하며 말입니다. 세례 요한을 떠올릴 수 밖에 없네요. 그분을 위해 기꺼이 들러리가 되길 기뻐했던 사람. 행여나 자신이 주목을 받을까 하여 늘 외로운 광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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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1일1분 분량


Action Alert: 무법적인 법 집행과 ICE(이민세관단속국)의 군사화
Action Alert: 무법적인 법 집행과 ICE(이민세관단속국)의 군사화 “악을 선하다 하며 선을 악하다 하며 … 무죄한 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자들에게 화가 있을 것입니다!” (사 5:20, 23) 복음의 중심에서 정의와 사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위치에 서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은 하나님의 백성에게 가난한 자, 궁핍한 자, 사회적으로 배제된 자들을 돌보라고 촉구하였으며, 이 사명이 하나님과 언약을 지키는 것의 핵심임을 반복적으로 상기시켰습니다. 초대 기독교 공동체 역시 이방인을 환대하고, 가진 것을 팔아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성경은 넓고 깊게 사랑하시는 하나님, 그리고 창조된 모든 생명를 정의롭게 질서 지으라고 요구하시는 하나님을 일관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하나님에 대한 응답으로, 우리 장로교인들도 이웃을 자기 자신과 같이 사랑하고, 정의를 행하며, 인애를 사랑하고, 하나님과 함께 겸손히 행할 책임을 함께 감당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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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4일5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반 뼘 / 손세실리아
모 라이브 카페 구석진 자리엔 닿기만 해도 심하게 뒤뚱거려 술 쏟는 일 다반사인 원탁이 놓여있다 거기 누가 앉을까 싶지만 손님 없어 파리 날리는 날이나 월세 날 나이든 단골들 귀신같이 찾아와 아이코 어이쿠 술병 엎질러가며 작정하고 매상 올려준다는데 꿈의 반 뼘을 상실한 이들이 발목 반 뼘 잘려나간 짝다리 탁자에 앉아 서로를 부축해 온 뼘을 이루는 기막힌 광경을 지켜보다가 문득 반 뼘쯤 모자란 시를 써야겠다 생각한다 생의 의지를 반 뼘쯤 놓아버린 누군가 행간으로 걸어 들어와 온 뼘이 되는 그런 손세실리아, <반 뼘> 잘난 사람들을 보며 늘 부러웠습니다. “2% 부족해”라는 말을 흔히 하지요. 늘 그런 기분으로 살았습니다. 못하는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탁월하지는 않다 여겼습니다. 죽어라 해도 늘 2% 모자른 느낌이었고, 저기 앞에 그 2%을 다 채운 듯한 누군가가 보였습니다. 모자란 것이 아름다울 수 있음을 알고 나서야, 아니 모자라기에 아름답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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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7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보자기의 비유 / 김선우
처음엔 보자기 한 장이 온전히 내 것으로 왔겠지 자고 먹고 놀고 꿈꾸었지 그러면 되었지 학교에 들어가면서 보자기는 조각나기 시작했지 8등분 16등분 24등분 정신없이 갈라지기 시작했지 어느덧 중년-- 갈가리 조각난 보자기를 기우며 사네 바늘 끝에 자주 찔리며 지금이 없는 과거의 시간을 기우네 미래를 덮지 못하는 처량한 조각보를 기우네 한번 기우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어지네 그러니 청년이여 우리여 가장 안쪽 심장에 지닌 보자기 하나는 손수건만하더라도 통째로 가질 것 단풍잎만하더라도 온전히 통째일 것 온전한 단풍잎 한 장은 광야를 덮을 수 있네 김선우, <보자기의 비유> 마흔 생일이 되던 날, 허를 찔린 듯 예상치 못한 우울이 찾아왔었지요. 억울했습니다. 뭐가 억울한지, 왜 억울한지도 모른채, 마냥 억울해 했습니다. 꽤 오래 그 아픈 감정에 시달렸던 것 같아요. 이 시를 읽고 나니 알겠네요. 온전히 내 것이었던 보자기 한 장이 어느새 8등분 16등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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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0일2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문을 위한 기도 / 토머스 켄
하나님, 사랑과 우정과 돌봄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을 넉넉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이 집의 문을 충분히 넓혀주소서. 하나님, 이 세상의 모든 질투와 자만과 혐오가 침입해 들어설 수 없을 만큼 이 집의 문을 가능한 한 좁혀주소서. 하나님, 아이들이 발에 걸려 넘어지거나 헛딛지 않도록 이 집의 문턱을 부드럽게 감싸주소서. 하나님, 유혹하는 손길을 강하게 물리칠 수 있도록 이 집의 문턱을 단단히 붙잡으소서. 이 문이 하나님의 나라로 향하는 통로가 되게 하소서. 토머스 켄, < 문을 위한 기도> 2026년 새해의 문이 열렸습니다. 이 문을 열고 들어선 우리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까요? 새해에 우리가 만나는 모든 문이 하나님 나라로 향하는 통로가 되길 빕니다. 새로 이사간 집에 초대받아 간다면 문에 손을 대고 읽어주고 싶은 시입니다. 사랑과 우정과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은 다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넓으면서도, 질투와 자만과 혐오는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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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발에 대한 묵상 / 정호승
저에게도 발을 씻을 수 있는 기쁜 시간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길 없는 길을 허둥지둥 걸어오는 동안 발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뜨거운 숯불 위를 맨발로 걷기도 하고 절벽의 얼음 위를 허겁지겁 뛰어오기도 한 발의 수고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비로소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발에게 감사드립니다 굵은 핏줄이 툭 불거진 고단한 발등과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 같은 발바닥을 쓰다듬으며 깊숙이 허리 굽혀 입을 맞춥니다 정호승, <발에 대한 묵상> 하루를 마칠 때면 발이 피곤합니다. 특히 서서 일하시는 분들은 발이 퉁퉁 붓고 아프지요. 발은 온 몸의 하중을 다 받는 부분입니다. 가장 힘들고 수고하는 몸의 일부이지요. 그래서 한 가정을 위해 밖에서 힘겹게 일하는 가장의 발은 그냥 발이 아닙니다. 그 발에는 살기 위해서 몸부림쳐 온 한 남자의 혹은 한 여자의 인생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하여, 그 발을 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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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7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님이 오신다/ 함석헌
님이 오신단다, 길 닦아 예비하자 내 집에 오시는 님으리 날 보러 오시는 님을, 그저 어찌 맞느냐? 높은 것 낮추고 우므러진 것 돋우고 굽은 길을 곧게 하고 지저분한 것을 다 치워 님이 바로 오시도록 하자 님을 기다린다면서 그저 잤고나, 이것저것을 온 방안 허투루 늘어놓아 그저 앉으실 곳도 없이 했구나. 어서어서 모셔야 할 님 더러운 길에 왜 더듬게 하며, 맑고도 거룩하신 그의 몸을 헤뜨린 이 속에 어찌 맞을꼬? 오, 내 맘이 급해. 쓸자, 닦자, 고치자, 물을 뿌리자, 묵고묵고 앉고앉고 이 먼지를 다 어찌하노? 언제 이것을 아름다이 하노? 자리 위엔 무슨 때가 이리도 꼈느냐? 천정의 거미줄은 누가 치느냐? 이리도 더러운 줄을 나도 몰랐지. 뜰에는 무엇이 저리도 많아 발도 옮겨놀 곳이 없고 길에는 돌이 드러나고 다리가 무너졌으니, 저거는 누가 놓아주느냐? 아이구 님이 오시네! 저기 벌써 오시네! 이를 이를 어찌노, 어딜 들어오시랄꼬 이 얼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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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0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시 / 이정록
*사진 출처: https://fluentkorean.com/to-look-for-a-baby-for-three-years/ 시란 거 말이다 내가 볼 때, 그거 업은 애기 삼년 찾기다 아냐? 세 살은 돼야 엄마를 똑바로 찾거든. 농사도 삼 년은 부쳐야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며 이 빠진 옥수수 잠꼬대 소리가 들리지. 시 깜냥이 어깨너머에 납작하니 숨어 있다가 어느 날 너를 엄마! 하고 부를 때까지 그냥 모르쇠하며 같이 사는 겨. 세쌍둥이 네쌍둥이 한꺼번에 둘러업고 젖 준 놈 또 주고 굶긴 놈 또 굶기지 말고. 시답잖았던 녀석이 엄마! 잇몸 내보이며 웃을 때까지. 이정록, <시> 지난 주일 소개해 드렸던 시 <소설>의 어머니께서 또 한 말씀 전하시네요. 힘들어 죽으려고 하다가 껌정 고무신에 적힌 “진짜”라는 글자 하나 덕분에 살아왔다는 그 어머니요. 이번에는 무려 ‘시’를 논하십니다. 이정록 시인이 본래 “시는 쓰는 게 아니라, 받아 모시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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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3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소설 /이정록
너무 힘들어서 물가에 고무신 벗어놓고 멍하니 들여다보고 있는데, 눈물이 마르면서 고무신 안쪽에 자동차바퀴가 보이더구나. 그 껌정고무신이 타이아표였거든. 바퀴 안에 진짜라고 써 있더구나. 애들 놔두고 진짜 죽으려고? 그래 얼른 신발을 다시 꿰찼지. 저수지 둑을 벗어나 집으로 오는데, 신발 속에서 진짜, 진짜, 울먹이는 소리가 종아리를 타고 올라오더구나. 진짜 애들한테 떳떳한 어미가 돼야지, 맘먹고는 이날까지 왔다. 글자 하나가 사람을 살린 거야. 넌 글 쓰는 사람이니께 가슴에 잘 새겨둬라. 내 말을 믿으면 진짜 글쟁이고 안 믿으면 그 흔해빠진 똑똑한 아들만 되는 거고, 근데, 어미가 니들 놔두고 진짜 죽을 생각을 했겄냐? 이런 거짓부렁을 소설이라고 하는 겨. 이정록, <소설> 이정록 시인의 <어머니 학교>라는 시집에 나오는 시입니다. 어머니 덕분에 쓴 그의 모든 시들이 그렇듯, 읽다 보면 웃음이 나는데 코끝이 찡하고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눈물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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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6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작은 못 / 고광근
연장 통에 누워 있는 녹슬고 쓸모없던 작은 못 하나 바로 세워 벽에 박았더니 내 키만한 거울을 든든하게 잡고 있네 저렇게 작은 것들도 엄청난 힘이 있구나 누군가 바로 세워 주기만 하면 고광근, <작은 못> 오랜만에 가족들 모여 식사하는데, 와장창 부서지는 소리가 납니다. 벽에 붙여 놓았던 장식품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아래 있던 피아노에 흠집을 내고 말았네요 (제 아내의 마음에도 흠집이…). 벽에 못 박기 싫어서 3M 신제품을 사다 붙여 놓은 건데, 그냥 못을 박을 걸 후회막급입니다. 버리긴 아까워 연장통에 던져 놓았던 작은 못 하나. 녹슬어 쓸모없는 줄 알았는데, 바로 세워 벽에 박았더니 키만한 거울도 거뜬하게 붙잡고 있습니다. 시인은 그 작은 못에서 누구를 본 걸까요? 쓸모없다고 버려졌던 자신의 과거를 봤을까요? 혹은 쓰러지려는 가족을 끝내 일으켜 세우는 사랑의 힘을 본 걸까요? 지극히 작은 것들의 힘을 믿는 일! 세상을 더 아름답게, 정의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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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8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 김승희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쫓겨나고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마디 못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 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런 마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래도라는 섬에서 그래도 부둥켜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어디엔가 근심 걱정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김승희, <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세계지도를 펴고 돋보기를 들이대고 살펴 보아도 그래도라는 섬은 없어요. 그 섬은 가장 낮은 곳에서 있어요. 흠뻑 젖어 땅에 달라 붙어버린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있어요. 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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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2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나의 배후는 너다 / 이수호
누구에게나 배후는 있다 동해 일출과 서해 낙조 떠도는 구름 고운 별무리 그 뒤에는 언제나 하늘이 있는 것처럼 너의 뒤에도 하늘이 있다 어젯밤 너의 하늘은 온통 비바람이더니 오늘 아침 이렇게 햇살 곱구나 때로 나는 너의 배후를 의심하고 너의 하늘마저 질투해서 고민하고 몸부림치지만 너의 하늘은 너무나 커서 언제나 꿈쩍도 않는다 그래서 너는 언제나 고우면서도 빛나면서도 쓸쓸하면서도 폭풍우 몰아치고 캄캄하면서도 넉넉하고 당당하다 나의 배후는 너다 이수호, < 나의 배후는 너다> 배후를 대라는 말, 무시무시하지요. 누가 너를 움직였으냐, 너를 부추겨 이 일을 하게 만든 그가 누구냐는 질문입니다. 시인의 말처럼, 누구에게나 배후가 있습니다. 동해 일출, 서해 낙조, 떠도는 구름, 고운 별무리… 그 뒤에 하늘이라는 배후가 있습니다. 그 하늘은 때로는 온통 비바람이다가 금새 고운 햇살이기도 하여, 시 속 화자는 “너의 배후”를 의심하고 질투합니다. 하지만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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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5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김선우,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대체 시인의 몸 속에는 누가 잠들어 있길래, 꽃 한 송이 피는 걸 보면서 그렇게 떨려 하는 걸까요? 그 마음에 누구를 품고 살기에, 꽃에 벌 한 마리 날아든 걸 보며 자기 몸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는 걸까요? 꽃이 내가 되고, 내가 꽃이 되어, 마치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자연은 우리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데(롬8:22), 우리는 자연과 함께 탄식하고 아파하고 있을까요? 나무 베인 산을 보며 내가 베인 듯 아파하고, 버려진 쓰레기에 내 몸이 더럽혀진 듯 괴로워하고. 길 가다 마주한 꽃 한 송이 덕분에 가슴이 떨리고, 화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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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8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프란츠 카프카 / 오규원
- MENU - 샤를 보들레르 800원 칼 샌드버그 800원 프란츠 카프카 800원 이브 본느프와 1,000원 에리카 종 1,000원 가스통 바슐라르 1,200원 이하브 핫산 1,200원 제레미 리프킨 1,200원 위르겐 하버마스 1,200원 시를 공부 하겠다는 미친 제자와 앉아 커피를 마신다 제일 값싼 프란츠 카프카 오규원, <프란츠 카프카> 어느 카페 메뉴판일까요? 경제학자, 철학자, 시인 등의 이름이 메뉴로 올라와 있네요. 소비자는 자기 취향 혹은 경제 상태에 따라 고를 수 있습니다. 가스통 바슐라르와 위르겐 하버마스가 가장 비싸고, 샤를 브를레르와 프란츠 카프카가 가장 싸네요. 모든 것이 상품화 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詩)도, 그 안에 담긴 정신적 가치도 상품이 되는 현실을 풍자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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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섬집 아기 / 한인현
*사진 출처: https://picturebook-illust.com/search/list?pageIndex=345&searchCondition=tag&searchKeyword=a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여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한인현, <섬집 아기> 우리에게는 듣기만 해도 감성을 자극하는 동요이지만, 미국들이 들으면 기겁을 하는 노래라고 하지요? 어떻게 아기를 혼자 두고 일을 하러 갈 수 있냐고. 6.25 전쟁이 일어나기 얼마 전에 쓰여진 시라는 걸 모르니 하는 말이겠지요. 가난하고 힘겹던 시절, 아기를 홀로 남겨두고 굴 따러 가야 하는 엄마의 마음은 오죽했을까요. 아기는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가에 스르르르 잠이 들지만, 엄마에겐 갈매기 울음소리가 집에 두고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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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5일1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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