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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김완하


첫돌 지난 아들 말문 트일 때

입만 떼면 엄마, 엄마

아빠 보고 엄마, 길 보고도 엄마

산 보고 엄마, 들 보고 엄마

길 옆에 선 소나무 보고 엄마

그 나무 사이 스치는 바람결에도

엄마, 엄마

바위에 올라앉아 엄마

길 옆으로 흐르는 도랑물 보고도 엄마

첫돌 겨우 지난 아들 녀석

지나가는 황소 보고 엄마

흘러가는 도랑물 보고도 엄마, 엄마

구름 보고 엄마, 마을 보고 엄마, 엄마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어찌 사람뿐이랴

저 너른 들판, 산 그리고 나무

패랭이풀, 돌, 모두가 아이를 키운다


- 김완하, <엄마>


첫돌 지난 아이의 그 맑은 ‘엄마’ 소리가 들리는 듯 흐뭇한 미소 지으며 읽었네요. 그렇게 귀가 열리더니 마지막 연에 이르러 화들짝 눈이 열리네요. 그리고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찬찬히 읽습니다. 산과 들도 엄마, 소나무와 바람도 엄마, 흘러가는 도랑물과 구름도 엄마…. 세상 만물이 엄마가 되어 이 아이를 키우고 있었네요. 장석주 시인은 대추 한 알을 보며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있다고 노래했지요. 대추 한 알도 그럴진대, 정말이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어찌 사람뿐”이겠습니까.


작은 풀도 엄마로 부르는 이 아이의 마음이라면 누구를 만나든 무엇을 대하든 함부로 할 수 없겠지요. 다 나를 있게 만든 고마운 존재들이니까요. 이 마음이라면 땅을 함부로 다룰 수 없고, 나무를 무심히 벨 수 없고, 동물들을 무정하게 대할 수 없겠지요.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자주 엄마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며 살아왔던 걸까요? 그러고보니 바울이 말한 바 우리로 인해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그 피조물의 탄식은 수많은 엄마의 울음소리일지도 모르겠네요(롬8:22).


오늘은 시간 내어 산책을 하며 보이는 것마다 이렇게 불러보세요. 엄마! 세상이 달라 보일 걸요?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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