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성도에게 - 아버지의 꼬리/ 안상학

최종 수정일: 6월 20일




딸이 이럴 때마다 저럴 때마다

아빠가 어떻게든 해볼게

딸에게 장담하다 어쩐지 자주 듣던 소리다 싶어

가슴 한쪽이 싸해진다

먹고 죽을 돈도 없었을 내 아배

아들이 이럴 때마다 저럴 때마다

아부지가 어떻게든 해볼게

장담하던 그 가슴 한쪽은 어땠을까


아빠가 어떻게든 해볼게

걱정 말고 너는 네 할 일이나 해

딸에게 장담을 하면서도 마음속엔

세상에게 수시로 꼬리를 내리는 내가 있다

장담하던 내 아배도 마음속으론

세상에게 무수히 꼬리를 내렸을 것이다


아베의 꼬리를 본 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아배의 꼬리는 떠오르지 않는데

딸은 내 꼬리를 눈치챈 것만 같아서

노심초사하며 오늘도 장담을 하고 돌아서서

가슴 한쪽이 아려온다 꿈틀거리는 꼬리를 누른다


- 안상학, <아버지의 꼬리>


아버지 날(Father’s Day)을 맞아 생각난 시입니다. 딸의 이런저런 부탁 앞에 “아빠가 어떻게든 해볼게” 장담하다가 시인이 그의 아버지를 떠올린 모양입니다. ‘먹고 죽을 돈도 없었을’ 시절에도 아버지는 늘 같은 말을 하셨던 거죠. “아부지가 어떻게든 해볼게.”


말 그대로 어떻게든 해 보려고 아버지는 얼마나 꼬리를 내리며 사셔야 했을까요. 속도 없이, 배알도 없이, 자존심 죽이고 꼬리 내리고 살면서도 늘 자식들 앞에서는 다 괜찮은 듯 장담하시던 아버지. 그 말씀 철석같이 믿고 살다가 이제서야 압니다. 아버지에게 꼬리가 있었다는 걸. 장담하고 돌아서는 아버지 가슴 한쪽 아려왔을 거라는 걸.


그나저나 하늘 아버지에게도 꼬리가 있으려나요? 그건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음성은 확실히 들려오네요. “아빠가 어떻게든 해볼게. 걱정 말고 너는 네 할 일이나 해.”


(손태환 목사)


*이미지 출처: https://bit.ly/3xwXV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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