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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환 목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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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식사법/ 김경미
콩나물처럼 끝까지 익힌 마음일 것 쌀알빛 고요 한 톨도 흘리지 말 것 인내 속 아무 설탕의 경지 없어도 묵묵히 다 먹을 것 고통, 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버리지 말 것 성실의 딱 한 가지 반찬만일 것 새삼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제명에나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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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28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의자 / 이정록
이민개혁안 통과를 위한 기도 요청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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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24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 복효근
어둠이 한기처럼 스며들고 배 속에 붕어 새끼 두어 마리 요동을 칠 때 학교 앞 버스 정류장을 지나는데 먼저 와 기다리던 선재가 내가 멘 책가방 지퍼가 열렸다며 닫아 주었다. 아무도 없는 집 썰렁한 내 방까지 붕어빵 냄새가 따라왔다. 학교에서 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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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17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반성 / 함민복
늘 강아지 만지고 손을 씻었다 내일부터는 손을 씻고 강아지를 만져야지 - 함민복, <반성> 이성복 시인이 말했지요. “시는 자신을 용서하지 않는 반성”이라고. ‘왜 나는 반성하지 않는가'도 반성이니, 어떻게 반성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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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10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시계 소리 / 안학수
친구들이 부르는 낮엔 공부하라고 "책, 책, 책, ……." 형아랑 장난치는 밤엔 일찍 자라고 "자락,자락,자락,……." 아직 멀었어도 학교 가라고 아침마다, "지각, 지각, 지각,……." 엄마랑 시계랑 둘인 약속했나 보다. - 안학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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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3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사랑 / 박소유
전화할 때마다 교회 간다고 해서 연애나 하지, 낄낄거리며 농담을 주고받다가 목소리에 묻어나는 생기를 느끼며 아, 사랑하고 있구나 짐작만 했다 전어를 떼로 먹어도 우리 더 이상 반짝이지 않고 단풍잎 아무리 떨어져도 얼굴 붉어지지 않는데 그 먼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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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26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아버지의 꼬리/ 안상학
딸이 이럴 때마다 저럴 때마다 아빠가 어떻게든 해볼게 딸에게 장담하다 어쩐지 자주 듣던 소리다 싶어 가슴 한쪽이 싸해진다 먹고 죽을 돈도 없었을 내 아배 아들이 이럴 때마다 저럴 때마다 아부지가 어떻게든 해볼게 장담하던 그 가슴 한쪽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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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19일1분 분량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 김사인
하느님 가령 이런 시는 다시 한번 공들여 옮겨 적는 것만으로 새로 시 한 벌 지은 셈 쳐주실 수 없을까요 다리를 건너는 한 사람이 보이네 가다가 서서 잠시 먼 산을 보고 가다가 쉬며 또 그러네 얼마 후 또 한 사람이 다리를 건너네 빠른 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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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12일2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더딘 슬픔/ 황동규
불을 끄고도 어둠 속에 얼마 동안 형광등 형체 희끄무레 남아 있듯이, 눈 그치고 길모퉁이 눈더미가 채 녹지 않고 허물어진 추억의 일부처럼 놓여 있듯이, 봄이 와도 잎 피지 않는 나뭇가지 중력(重力)마저 놓치지 않으려 쓸쓸한 소리 내듯이,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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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22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단추 / 김응교
옆 사람이 심하게 졸고 있다. 객차가 흔들릴 때마다 내 어깨에 머리를 박는다. 출근 넥타이를 보니 상가에서 밤 새우고 자부럼 출근하는가 보다. 와이셔츠 단추 하나가 떨어지려는데 꿰매지 못하고 그냥 나왔다. 그나 나나 비슷한 처지라며 작은 단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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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24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난파된 교실/ 나희덕
아이들은 수학여행 중이었다 교실에서처럼 선실에서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가만히 있으라,가만히 있으라. 그말에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 앉아 있었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조립을 기다리는 나사들처럼 부품들처럼 주황색 구명조끼를 서로 입혀주며 기다렸다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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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17일2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아버지의 모자/ 이시영
아버지 돌아가시자 아버지를 따르던 오촌당숙이 아버지 방에 들어가 한참 동안 말이 없더니 아버지가 평소 쓰시던 모자를 들고 나오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부터 이 모자는 내가 쓰겠다." 그러고는 아주 단호한 표정으로 모자를 쓰고 사립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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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10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중과부적/ 김사인
조카 학비 몇 푼 거드니 아이들 등록금이 빠듯하다. 마을금고 이자는 이쪽 카드로 빌려 내고 이쪽은 저쪽 카드로 돌려 막는다. 막자 시골 노인들 팔순 오고 며칠 지나 관절염으로 장모 입원하신다. 다시 자동차세와 통신요금 내고 은행카드 대출할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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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7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번짐/ 장석남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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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0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파꽃/ 이채민
파꽃/ 이채민 누구의 가슴에 뜨겁게 안겨본 적 있던가 누구의 머리에 공손히 꽂혀본 적 있던가 한 아름 꽃다발이 되어 뼈가 시리도록 그리운 창가에 닿아본 적 있던가 그림자 길어지는 유월의 풀숲에서 초록의 향기로 날아본 적 없지만 허리가 꺾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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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6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참회록 /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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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7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눈/ 김수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靈魂)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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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0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천장호에서/ 나희덕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 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 것도 아무 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 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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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3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버팀목에 대하여/ 복효근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고쳐 심고 각목으로 버팀목을 세웠습니다. 산 나무가 죽은 나무에 기대어 섰습니다. 그렇듯 얼마간 죽음에 빚진 채 삶은 싹이 트고 다시 잔뿌리를 내립니다. 꽃을 피우고 꽃잎 몇 개 뿌려 주기도 하지만 버팀목은 이윽고 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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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30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국화빵을 굽는 사내 / 정호승
당신은 눈물을 구울 줄 아는군 눈물로 따끈따끈한 빵을 만들 줄 아는군 오늘도 한강에서는 사람들이 그물로 물을 길어 올리는데 그 물을 먹어도 내 병은 영영 낫지 않는데 당신은 눈물에 설탕도 조금은 넣을 줄 아는군 눈물의 깊이도 잴 줄 아는군 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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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16일1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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