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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글러브/ 오은

최종 수정일: 2021년 9월 6일



너를 깊숙이 끼고

생을 방어한다


내 심장을 관통하고

다음 타자를 쑤시기 위해 떠났던

한 톨 낟알의 아픔이


덕지덕지 덩이져

거대한 부메랑 되어 날아온단다

전속력으로 나를 찾아든단다


쳐 내지 못했으면 받아야 한다

피 묻은 혓바닥을 할딱거리며 돌진해 오는

저 또랑또랑한 형이상(形而上)과


지금은 마주칠 시간


아가리를 부릅떠

당장 맞서라 맘껏 포효하라


넙죽 받아먹어라


쓸 것이다


- 오은, <글러브>


내 생을 향해 ‘한 톨 낟알의 아픔’이 강속구로 날라와 심장을 관통합니다. 쳐 내지 못했던 그 아픔이 다른 이를 쑤시고 이제는 거대한 부메랑이 되어 다시 전속력으로 날아옵니다. 첫 타석의 실패를 잊고 인생이라는 그라운드에 다시 섭니다.


쳐 내지 못하면 받아야 합니다. ‘피 묻은 혓바닥을 할딱거리며 돌진해 오는/ 저 또랑또랑한’ 고통과 마주해야 합니다. 나를 향해 돌진해 오는 그것, 겁먹지 말고 글러브 깊게 끼고 넙죽 받아먹는 겁니다. “쓸 것이다.” 요한에게 두루마리를 주며 먹으라 했던 천사가 한 그 말! “쓸 것이다”. 시인은 그 쓰디 쓴 ‘형이상’을 받아 먹고 다시 ‘쓸 것’입니다. 시는 그렇게 쓰나 봅니다.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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