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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아름다운 비명/ 박선희

최종 수정일: 2021년 8월 2일




바닷가에 앉아서

파도소리에만 귀 기울여 본 사람은 안다

한 번도 같은 소리 아니라는 거

그저 몸 뒤척이는 소리 아니라는 거

바다의 절체절명,

그 처절한 비명이 파도소리라는 거


깊은 물은 소리 내지 않는다고

야멸치게 말하는 사람아

생의 바깥으로 어이없이 떠밀려 나가 본 적 있는가

생의 막다른 벽에 사정없이 곤두박질쳐 본 적 있는가


소리 지르지 못하는 깊은 물이

어쩌면 더 처절한 비명인지도 몰라

깊은 어둠 속 온갖 불화의 잡풀에 마음 묶이고 발목 잡혀서

파도칠 수 없었다고 큰소리 내지 못했다고

차라리 변명하라


바다가 아름다운 것은

저 파도소리 때문인 것을


너를 사랑하는 이유도 그러하다


- 박선희, <아름다운 비명>


시인은 파도소리마저 예사로 듣지 않습니다. 흔히 즐겨 듣는 그 소리를 처절한 비명으로 듣습니다. 깊은 물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아는 척 하는 사람은 모릅니다.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는 저 깊은 물이 어쩌면 더 처절한 비명이라는 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비명이야말로 숨죽여 들어야 할 비명이라는 것을.


누군가를 더 깊이 알고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의 소리 너머의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믿음이 깊어진다는 건 성경을 줄줄이 암송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성경구절 사이에서 들려오는 그분의 음성을 듣는 것일테고요. 주변에서 차마 발화되지 못한 비명을 귀기울여 듣는 선한 마음은 그런 믿음에서 비롯되는 것 아닐까요?


바다가 아름다운 건 저 깊은 비명을 품은 파도소리 때문이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겉으로 드러내는 통곡소리도, 깊은 물 속의 처절한 비명도, 귀 기울여 들으시고 그것이 ‘너를 사랑하는 이유’라고 말하는 분이 계십니다. “그가 성전에서 내 소리를 들으심이여 그의 앞에서 나의 부르짖음이 그의 귀에 들렸도다”(시18:6b).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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