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seed2021년 3월 6일1분시를 잊은 성도에게 - 파꽃/ 이채민파꽃/ 이채민 누구의 가슴에 뜨겁게 안겨본 적 있던가 누구의 머리에 공손히 꽂혀본 적 있던가 한 아름 꽃다발이 되어 뼈가 시리도록 그리운 창가에 닿아본 적 있던가 그림자 길어지는 유월의 풀숲에서 초록의 향기로 날아본 적 없지만 허리가 꺾이는...
heavenlyseed2021년 2월 27일1분시를 잊은 성도에게 - 참회록 / 윤동주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heavenlyseed2021년 2월 20일1분시를 잊은 성도에게 - 눈/ 김수영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靈魂)과...
heavenlyseed2021년 2월 13일1분시를 잊은 성도에게 - 천장호에서/ 나희덕얼어붙은 호수는 아무 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 것도 아무 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 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